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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친정 가면 중국말로 실컷 수다 떨고 싶어요”

등록 2007-08-08 18:38

최영남씨
최영남씨
‘결혼이민자’ 항공권 받아 10년 만에 하얼빈 가는 최영남씨
“겨를이 없었죠. 하지만 이제 가슴이 뜁니다.”

8일 오전 농협충북지역본부의 ‘농촌여성 결혼 이민자 가족 친정 나들이’ 항공권 기증으로 결혼 10년 만에 고향을 찾게 된 최영남(33·충북 영동군 학산면·사진)씨는 장대비를 뚫고 2시간 넘게 달려 온 이 답지 않게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좋잖아요. 10년 만에 고향 가게 됐는데.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라며 웃었다.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 살던 최씨는 1998년 6월 지인의 소개로 남편 이영훈(40)씨를 만나 영동으로 시집왔다. 새로운 환경이지만 가난을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은 부모님과 언니·남동생·조카 등 가족을 두고 떠나는 아쉬움을 덮었다. 1만5천㎡(5천평)의 포도 농사에 홀로 된 시어머니(66)를 모시고, 승관(9)·승헌(7) 두 아들을 키우느라 고향을 한 번도 찾지 못했다. 10년 사이 한국 생활에 완전히 적응해 ‘하얼빈댁’에서 ‘영동댁’으로 자연스레 바뀌어 갔지만 그리움도 깊어 갔다.

그는 “너무 바쁘고 빡빡한 생활이지만 문득문득 고향의 산과 들, 가족이 생각난다”며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고향과 10년 동안 변했을 마을의 모습이 궁금하다”고 했다.

포도 농사가 마무리되는 12월께나 친정에 갈 수 있지만 그는 요즘 가족·친구 만날 생각에 마음이 바쁘다.

그는 “한국에서 사느라 동생 결혼식 등 가족·친구 관련 행사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한 것이 늘 미안했다”며 “과자 등 선물 보따리를 한아름 안겨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고향에 가면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수다’를 꼽았다. “남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조용한 성격인데 한국에서는 아는 이가 없어 더욱 그랬다”며 “친정에 가면 중국말로 신나게 수다를 떨어보고 싶다”고 했다.

최씨 등 충북에 사는 14쌍의 결혼 이민 가족은 농협의 도움으로 올해 안에 고향을 방문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한국에 정착해 시부모를 모시고, 농사를 지으면서 넉넉지 않은 살림 탓에 고향을 찾지 못한 채 살아 왔다.

청주/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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