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여성 다룬 책 출간한 원미혜 소장
성매매여성 다룬 책 출간한 원미혜 소장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경계의 차이 사이 틈새’라는 제목은 성매매를 둘러싼 합법·불법 논쟁을 떠나, 논쟁에 가리기 쉬운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의 삶의 다면성을 보자는 뜻이다.
“당장 착취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살고자 하는 현실적인 필요를 이야기하면, 그럼 성매매 합법화에 찬성하느냐는 비판을 듣게 됩니다. 그런 이분법적 구도는 실제로 성매매 여성들의 삶을 변화시키거나,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10여년 동안 성매매 여성의 복지와 자활을 위해 힘써온 원미혜 막달레나공동체 부설 용감한여성 연구소장은 책의 제목을 ‘경계의 차이 사이 틈새’로 정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원 연구소장을 비롯한 막달레나공동체 활동가들은 지난 10일 <경계의 차이 사이 틈새-성매매 공간의 다면성과 삶의 권리>(도서출판 그린비)를 펴냈다. 2003~2004년 성매매 및 탈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펼친 막달레나공동체에서 “일방화·특권화한 연구를 넘어 이들의 목소리를 온전히 전해 보자는 취지”로 2005년 심층인터뷰를 실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책은 심층인터뷰 과정에서 필자들이 느낀 문제의식을 담은 책이다.
원 연구소장은 “심층인터뷰를 진행하며 맞부딪친 고민들을 그대로 전한다면, 사람들이 성매매 문제에 대한 편향적인 시선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2005년 심층인터뷰의 결과물로, 곧 나올 서울 용산 집결지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보고서 <붉은 벨벳앨범의 여인들>보다 이 책을 먼저 출간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성매매 여성들은 불쌍한 누이,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 남자에게 버림받는 여성 등 불쌍한 희생양이면서 동시에 가족을 위협하는 존재로만 여겨진다”며 “이런 사회적 낙인이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탈성매매 여성들이 다시 집결지로 돌아가는 것은 그만큼 이 사회가 여성들에게 열악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죠. 그런데 집결지만 없어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심지어 집결지가 사회를 오염시키는 주범인 것처럼 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는 “따라서 자활사업이 얼마나 성매매 여성들의 욕구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최근 탈성매매 여성을 위해 세워진 쉼터에 머무는 이들이 오히려 줄고 있는 것도, 집단생활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탈성매매 여성들의 욕구에 맞지 않는 지원방식 때문이라고 한다. “성매매 자활사업이 지나치게 수치화된 척도로 평가받고 있는 점도 문제에요. 언제나 답은 현실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글·사진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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