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혼학칙 폐지’ 이대 첫 기혼 졸업생 기성화씨
“빨리 임용고사 합격해 아이들 가르치고 싶어요”
결혼한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이화여대에 입학했던 ‘늦깎이’ 신입생이 4년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학사모를 쓴다.
2004년 이대 초등교육과에 입학했던 기성화(32·사진)씨가 그 주인공. 6살 난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한 기씨는 오는 25일 입학 4년 만에 졸업함으로써 꿈에 그리던 초등학교 교사의 길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기씨는 함께 입학했던 또다른 기혼자 전영미(36·약학부)씨가 휴학해 첫 기혼신입생 중 가장 먼저 졸업장을 받게 됐다.
1998년 대학을 졸업하고 한 공기업에서 장애인 치료교육 업무를 맡았던 기씨는 교사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결혼 이듬해인 2002년 말 직장을 나와 대입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나 10여 년 만에 다시 잡은 교과서는 만만하지 않았다. 재수학원에 등록하고 열 살 가까이 차이 나는 ‘동생’들과 함께 공부를 시작했지만 성적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고 수능을 6개월 앞둔 2003년 5월에는 첫 딸을 출산했다.
“주위에서는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힘든 길을 택한다고 많이 반대했어요.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라며 용기를 준 남편 덕분에 힘을 얻었죠.”
결국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03년 금혼학칙을 폐지한 이화여대에서 ‘기혼여성 첫 입학’이라는 기록과 함께 늦깎이 신입생이 됐지만 학과 공부는 수능준비보다 더 어려웠다.
기씨가 예전에 대학을 다닐 때는 조별 발표가 있을 때면 함께 모여 준비했지만, 요즘 학생들은 직접 얼굴을 맞대기보다는 주로 인터넷 채팅으로 토론을 하는 바람에 적응이 쉽지 않았다.
기씨는 “시골에 계시던 친정어머니께서 올라와 아이를 봐주셨는데 아이가 조금씩 크면서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힘들었다”며 “그래도 입학할 때 돌도 지나지 않던 아이가 이제 유치원에 가게 됐다”며 뿌듯해했다.
기씨는 임용고사에서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교사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빨리 임용고사에 합격해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며 “순수하고 솔직한 저학년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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