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유언에 따라 10년전 부터 글쓰기를 시작해 수필집을 낸 장순득(74.여.충북 음성군 원남면 주봉리) 할머니. 연합뉴스
<<음성문인협회 코멘트 추가, 할머니 이름 장순득으로 수정>>
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이 고작인 70대 할머니가 사별(死別)한 남편의 유언으로 글쓰기를 시작해 수필집을 냈다.
충북 음성군 원남면 주봉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장순득(74.여) 할머니는 29일 음성읍의 한 예식장에서 10년간 쓴 글을 모은 수필집 '모래 위에 쓴 일기' 출판 기념식을 갖는다.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장 할머니가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1998년 숨진 남편과의 마지막 약속 때문이다.
장 할머니는 "남편이 죽으면서 나를 혼자 두고 눈을 감지 못하겠다며 '평소 당신이 책 읽기를 좋아했으니 내가 죽으면 문학을 하라'고 유언을 했다"며 "남편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마음 속에 담아둔 것을 글로 풀어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뒤 10년간 글쓰기에 매달려 온 장 할머니의 수필에 대한 생각은 간단하다.
장 할머니는 "수필은 자기가 살아온 인생을 거짓 없는 마음으로 종이에 옮기면 되는 것 아니냐"며 "생활을 하면서 보고 느낀 주위의 모든 것들이 글의 좋은 소재"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출간한 수필집에 담긴 80여편의 글도 '자전거', '까만 돌담', '장독대', '주봉산 길목에서', '김치예찬', '텃밭' 등 농촌의 일상에서 느낀 감정을 진솔하게 풀어낸 것이다.
장 할머니는 글 쓰기를 시작한 뒤 음성문학협회 고문인 반숙자씨로부터 지도를 받기도 했지만 거의 독학을 하다시피 해 그동안 200여편의 수필을 써 음성문인협회 등이 발간하는 '음성문학', '풋내들 문학' 등에 수시로 발표했다.
손이 아닌 마음으로 글을 쓴 장 할머니의 수필은 주위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여 1999년 우정사업본부와 2002년 바르게살기운동 음성군 협의회에서 공모한 편지쓰기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으며 2001년에는 지구문학 신인상까지 수상해 수필가로 등단까지 했다.
신인상을 받은 작품 '자전거'도 남편이 죽기 전에 자신을 태워 동네를 돌곤 하던 자전거가 비를 맞는 것을 보면서 남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장 할머니는 "70평생을 살아오면서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감정들을 하나씩 풀어내면 속이 후련해 진다"며 "수필은 앞으로 남아 있는 내 인생의 전부"라고 덧붙였다.
음성 문인협회 관계자는 "장 할머니의 글을 보면 흙과 함께 정직하게 살아온 인생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며 "60세가 넘은 나이에 글쓰기를 시작해 10년동안 쉼 없이 수필을 발표하는 장 할머니를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고 말했다.
변우열 기자 bwy@yna.co.kr (음성=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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