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성폭력’에 여성들 멍든다.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성희롱·사생활공개 위협 증가
정신적 충격·불안 시달려
피해 당했을 땐 가해자 IP주소 등 보관을
정신적 충격·불안 시달려
피해 당했을 땐 가해자 IP주소 등 보관을
#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최지원(가명)씨는 게임 도중 모르는 사람에게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이 담긴 쪽지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무시하고 있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더 심해지는 여자로서 듣기 수치스러운 폭언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 이미영(가명)씨는 헤어진 남자친구가 결혼 소식을 듣고 인터넷을 통해 자신을 스토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심지어 약혼자에게 메일과 미니홈피에 과거에 대한 내용을 쓰고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 김하나(가명)씨는 유명P2P 사이트에서 자신의 이름과 개인정보가 담긴 음란사진이 떠도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이트를 통해 검색어 제한 신청을 했지만, 업체의 대응이 늦어 속을 태우고 있다. (2007년 명예훼손분쟁조정부 상담사례)
‘사이버 폭력’이 여성을 위협하고 있다.
경찰청의 사이버범죄 통계를 보면, 명예훼손·사이버성폭력·사이버스토킹과 같은 사이버폭력 신고율이 2002년 4726건에서 2006년 9436건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조사한 ‘명예훼손·성폭력 상담 통계’를 보면, 2007년 신고된 피해상담 5599건 중 비방, 폭로, 유언비어 유포 등 명예훼손(모욕)이 378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몰카’나 음란채팅·쪽지 등과 같은 ‘사이버 성폭력’이 392건, 사이버 스토킹이 186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사이버 성폭력은 매년 변동폭이 크지만 2001년 이후 평균적으로 상담의 10% 안팎을 기록하고 있으며, 사이버 스토킹은 2001년 22건에서 2006년 184건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증가 중이다.
사이버 폭력은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이 피해자가 될 경우 성적 사생활을 들먹이는 명예훼손·사이버 성폭력에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사이버상의 전반적인 개인권리 침해에 대해 상담하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명예훼손분쟁조정부에서는 “같은 명예훼손(모욕)의 경우도, 피해자가 여성일 경우 성적 모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런 탓에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사이버명예훼손·성폭력 상담사례집’은 ‘사이버 성폭력 대처를 위한 10계명’으로 “중성적인 아이디(ID)를 쓸 것”을 첫째로 꼽을 정도다.
미니홈피나 메신저 등 개인정보를 얻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짐에 따라 ‘성적 사이버 스토킹’에 대한 주의도 요망된다. 성적 사이버 스토킹은 △개인을 대상으로 사이버상에서 지속적인 성적 접촉을 요구하는 성적 구애행위 △개인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여 상대를 사회적으로 매도하는 괴롭힘형 △개인의 성적 사생활을 폭로하는 명예훼손형으로 나뉜다.
특히 상대 여성에 대한 악성 비방이나 사진·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명예훼손형 스토킹이 잦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김민혜정 활동가는 “강간·추행·스토킹 등 성폭력 상담에서 최근에는 인터넷 협박 피해를 동시에 호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이와 같은 사이버 성폭력의 문제점으로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 여성에게 정신적 충격을 끼치는데다, 심지어 강간과 같은 범죄에서도 사진 촬영 후 유포 협박이 피해 여성이 고소하지 못하게 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사이버 성폭력 예방책으로 △중성적 아이디나 대화명을 이용할 것 △개인정보는 최소한의 것만 기입하거나 비공개로 할 것 △원치 않는 메일에 답장하지 말 것 등을 들고 있다.
또한 성적 모욕이나 협박이 담긴 글을 접했을 때, 가해자가 남긴 글을 증거자료로 보관하고 가해자의 전자우편 주소나 아이피 주소를 보관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한 게시판에 올려진 글·사진의 경우, 포털과 같은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게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임시조처를 요구할 수 있다. 증거자료를 가지고 관할 경찰서나 사이버테러대응센터(ctrc.go.kr)에 신고한다.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의 경우 특별법인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 가중처벌을 받는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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