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여성

드라마·소설 보며 ‘이야기꽃’ 일상 속 ‘여성주의’ 피어난다

등록 2008-03-06 19:38

드라마·소설 보며 ‘이야기꽃’ 일상 속 ‘여성주의’ 피어난다
드라마·소설 보며 ‘이야기꽃’ 일상 속 ‘여성주의’ 피어난다

미드·영화·소설 등 토론 매개
쉽게 다가가는 여성운동 확산

드라마로 여성주의를 이야기한다? 선뜻 상상이 가지 않는 풍경이다. 그러나 최근 드라마, 영화, 책 등을 놓고 작은 소모임을 꾸려 여성주의를 이야기하는 모임들이 여러 여성단체 안에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정기적으로 영화 상영회를 가질 뿐 아니라, 단순히 책 읽기 모임을 넘어 작가와의 만남까지 꾸준히 추진하는 다양한 행사가 여성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드라마를 통해 여성주의를 공부하는 모임도 생겼다.

지난 28일 목요일, 성균관대 앞 이프 사무실에서는 영어 단어가 드문드문 흘러나왔다. 드라마 속에 등장한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을 두고 벌이는 토론이 한창이다. “미국은 여성과 소수인종에 대한 어퍼머티브 액션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여성도 이 제도의 수혜자라는 측면에서 나온 것이죠.” 권희정 씨의 설명에 한 참석자가 반박한다. “맥락상 흑인에 대한 어퍼머티브 액션으로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요?”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모여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보고 토론하는 ‘미드 세미나’ 모임이다. 그러나 이들은 단체에 몸 담은 활동가들이 아니다. ‘이프’의 인터넷 공고를 보고 “영어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왔다는 대학생에서부터 “그냥 드라마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찾아온 직장인까지 평범한 20~30대 여성들이다. 지난 8월 1기 출범 이후 입소문을 듣고 참가 희망자들이 늘자 올 2월부터 새롭게 2기가 꾸려져 1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1기 때부터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는 애니씨*는 “함께 드라마를 보고 이야기하면서 여성주의 감수성을 공부할 수 있다는 게 즐거웠다”고 말했다.

1기 때는 비혼여성이 임신을 결정하는 최근의 ‘미스맘’ 현상에서부터 낙태에 이르기까지, 현실 속 여성 문제들과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권희정 이프 사무국장은 “자유로운 여성들을 다룬 드라마다 보니 성담론 이야기가 많았다”며 “다음 기수에는 앨리 맥빌 등 새로운 드라마에도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여성의 욕망과 삶’을 주제로 열린 <영화 콘서트> 행사는 520석의 좌석이 꽉 찰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행사를 진행한 유지나 동국대 교수는 “영화 속에 나타나는 ‘남성들이 갖는 여성에 대한 판타지’에 대해 많은 참석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며, “여성주의를 딱딱한 것으로 여기는 대중들의 편견을 깨고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매체가 영화와 같은 미디어”라고 주장했다.

2007년부터 여성 영화를 함께 보고 토론하는 ‘작은 영화제’, 여성을 소재로 하는 책들의 저자와 대화하는 ‘북토크’ 등을 격달로 꾸리며 이러한 모임들을 선도해 온 이프 쪽은 “대중매체를 통해 회원이 아닌 이들도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2008년에는 ‘작은 영화제’의 영화도 독립영화보다 <우생순>과 같은 대중적인 영화를 중심으로 보다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향으로 꾸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성폭력상담소도 지난해부터 ‘소설읽기모임’을 진행해왔다.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나 박완서의 <아주 오래된 농담> 등, 유명 여성작가들의 화제작들을 다뤘다. 단지 소설 뿐 아니라, 시에서 노래가사까지 다양한 문화 현상들을 주제로 토론도 벌인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올해 3월부터 ‘책 읽기 세미나’를 진행할 계획이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김민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지난해 처음 시작한 여성들의 농구, 축구 같은 운동 모임에 이어, 최근 여성단체에서는 영화, 드라마, 소설 읽기 모임이 적극적으로 꾸려지고 있다”며 “여성계가 주목해 온 생활 속의 여성운동, 즉 ‘일상 속의 여성주의’를 확산시키기 위한 또다른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 애니=참가자의 아이디이다. 여성단체 프로그램에선 흔히 참가자들의 실명 대신에, 별명 또는 아이디를 지어 부른다. 서로 나이도 묻지 않는다. 성(姓)이나 나이에 부여된 사회적 가치, 권력관계를 배제하고 수평적인 관계에서 소통하기 위해서다. 이런 ‘별칭 짓기’는 90년대말 대학가에서 여성주의 활동을 하던 이들에 의해 시작돼 널리 퍼졌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지금, 한겨레가 필요합니다.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