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선 발행인
김효선 발행인 “재정난에도 발행 안걸러”…사사 펴내
성폭행하려는 치한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되레 구속된 경북 안동 30대 주부(1988년 2월), 황혼이혼 소송을 냈다가 ‘해로하시라’는 권고를 받은 칠순의 할머니(1998년 9월)…. 언론들이 이야깃거리로만 다뤘던 이 사건들은, 여성 전문지 <여성신문> 보도를 고비로, 정반대 결론으로 귀결됐다. 30대 주부는 무죄를, 할머니는 이혼 승소 판결을 받았다.
여성의 눈으로 본 세상을 여성의 목소리로 전달해 온 여성신문이 최근 창간 20돌을 앞두고 <여성 in 여성신문>이란 20년사를 펴냈다. 1988년 10월 창간 이후 이 신문이 다룬 주요 기사 101개가 실렸다. “여성의 관점에서 취재하고 보도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여성의 인권과 권익, 지위 향상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고 김효선(사진) 발행인 겸 사장은 27일 말했다.
신문은 심층 취재를 통해 ‘성폭행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려 했던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로 뒤바뀐 모순된 현실’을 드러냈고, 아내의 경제권을 박탈한 남편의 가부장적인 모습과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이혼 권리를 인정하지 않은 재판부 판결의 인권 침해적 요소를 짚어냈다. 이 보도들은 성폭행 피해자의 정당방위권 인정, 황혼이혼 인정 등 사회적 흐름을 바꿔놓았다고 김 발행인은 자평했다.
김 발행인은 창간 때부터 취재기자로 활동하기 시작해 편집부장과 편집국장을 거쳐 지난 2003년 발행인 겸 사장이 되어 여성신문의 경영을 맡는 등 여성신문과 함께 살아 온 ‘여성신문인’이다. 그는 “재정이 넉넉치 않기 때문에 월급이 밀릴 정도로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창간 뒤 한 호도 발간을 거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 발행인은 “여성신문이 지적한 문제들 가운데 아직도 남아 있는 것들이 많다”며 “앞으로도 시대 흐름을 읽으며 양성평등 문화를 생활 속에 스며들게 만드는 구실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여성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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