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 ‘특정 기초연구 지원사업’ 성별 영향평가
성별 영향평가 어느 수준까지 왔나
정책의 ‘성별 영향평가’ 제도는 정책이 여성과 남성에게 끼칠 차별적 효과를 미리 평가해 정책을 성 평등한 방향으로 개선하자는 것이다. 2002년 도입돼 2004년 시범사업을 거쳐 2005년부터 중앙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로 점차 확대돼 왔다. 2010년까지 공기업 등 공공부문으로 넓히겠다는 것이 여성부 계획이다. 성별 영향평가는 특히 내년 ‘2010년 정부 예산안 편성’ 때부터 시행할 ‘성 인지 예산제도’의 기반이 된다. 성 인지 예산 제도는 국가 재정을 운용할 때도 여성과 남성에게 끼칠 영향을 분석해 형평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성별 영향평가는 지금 어느 수준에 와 있을까?
2007년 성별 영향평가 과제들을 보면, 양적 확대가 눈에 띈다. 2005년 55곳이었던 참여 기관은 2007년 278곳으로 늘어났고, 과제 수도 85개에서 720개로 늘었다. 기존의 성별 통계를 활용하거나(37%), 별도 자료를 만들어 쓰는(44%) 등 성별 분리 통계의 활용도 활발해졌다. 통계의 성별 분리는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들을 잡아내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가 된다. 2007년 성별 영향평가가 적용된 정책의 예산이 95조원을 넘는 등, 비교적 ‘덩치 있는’ 정책들에 대해 성별 영향평가가 이뤄지는 경향도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성별 영향평가 점검 체계가 미흡하다. 기초적인 성별 분리 통계조차 없거나, 성별 영향평가 취지에 맞지 않는 과제들이 나와도 엄밀하게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이남훈 여성부 성별영향평가과장은 “성별 영향평가에 숫자로 제시할 수 있는 지표가 없는 등 계량적 점검이 어렵다”며 “정부 부처들이 성 평등 관점을 고민하도록 하는 것이 일차 목표”라고 말했다.
과제별로 예산이 얼마나 쓰이는지, 어떤 예산 증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등 예산 정보가 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2008년 예산안 편성 때, 144개 사업(4조335억원)을 ‘성 인지 예산제도’ 대상 사업으로 선정했다. 여기에는 2004~2006년 중앙 행정기관의 성별 영향평가 사업도 포함됐지만, 성별 영향평가 대상이었는지 여부만 표시됐을 뿐이다. 예산 정보가 제대로 제시되지 않으면, 차별적 영향이 드러나더라도 예산 조정에 실질적으로 반영하기가 어렵다.
김양희 여성정책연구원 성주류화연구본부장은 “적용 정책 수가 늘어나면서 질적 편차도 커졌다”며 “성별 영향평가의 활용과 정책적 환류, 성 인지 예산제도와의 연계 방안 등을 담은 ‘성별 영향평가 법률’을 제정해 각 부처의 책임성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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