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여성

‘마초’여 들어라, 얼굴없는 목소리의 외침을!

등록 2008-04-17 21:34

지난해 3월10일 언니네트워크가 주관한 ‘제1회 비혼여성축제’에 참가한 ‘야성의 꽃다방’ 운영진이 가면을 쓰고 국회의원 성추행 사건을 두고 정치인과 누리꾼들이 토론을 벌이는 내용의 꽁트를 재연하고 있다.
지난해 3월10일 언니네트워크가 주관한 ‘제1회 비혼여성축제’에 참가한 ‘야성의 꽃다방’ 운영진이 가면을 쓰고 국회의원 성추행 사건을 두고 정치인과 누리꾼들이 토론을 벌이는 내용의 꽁트를 재연하고 있다.
여성주의 표방 마포FM ‘꽃다방’
“여자 혼자 살면 ‘뭔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그렇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부모와 가족도 독립을 심하게 반대하고…”

“가족의 반대도 있지만 집을 구하려면 돈 문제가 가장 먼저 와 닿죠.”

“전세자금 대출 자격은 부양가족이 있는 20살 이상 세대주에게만 주어지잖아요. 세상이 비혼여성에겐 친절하지 않아요.”

“결국 우리의 갈 길은 적금 뿐? 크하하…”


미혼 아닌 비혼의 목소리=지역 공동체라디오 방송인 ‘마포에프엠(FM)’을 통해 매주 금요일 ‘비혼여성’의 목소리를 전하던 라디오 방송 ‘야성의 꽃다방’(이하 꽃다방)이 지난해 12월 93번째 방송을 끝으로 1기 활동을 접었다. 비혼여성은 결혼하지 못한 ‘미혼여성’이 아니라, 사회적 통념에 따라 강요되는 결혼제도를 선택하지 않은 여성을 뜻한다. 꽃다방은 어엿한 성인인데도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모와 가족이 어린아이 취급을 하는 등 비혼여성이 겪는 부조리한 현실, 대다수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성차별 등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하며 인기를 끌어왔다. 여기자를 성추행한 국회의원과 그를 옹호했던 누리꾼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여성이라면 반말부터 하고 드는 ‘마초’ 남성들을 비웃기도 했다. 특정 주제에 대해 4~5명의 패널들이 토론하는 ‘야밤법석’, 여성주의 미술을 소개하는 ‘페마주’와 여성 음악가에 대해 말하는 ‘플레이걸’, 비혼여성의 생존전략을 모색하는 ‘비혼여성 살아남기’ 등의 다양한 코너도 인기의 요인이었다.

‘비시각성’ 라디어 장점 살려 비혼여성 부조리 담아
전국에 청취자 생겨…올 하반기 ‘업그레이드’ 선봬


첫 ‘여성주의 매체’ 평가=꽃다방 운영진들은 꽃다방이 우리 사회에서 처음으로 ‘여성주의’를 표방한 매체로 자평한다. 1기 운영진이었던 수수(별명)씨는 “라디오는 쌍방향성이 강해 사적인 느낌이 강하고 기술적으로도 배우기 어렵지 않아 여성주의적인 매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 경험 등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여성이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라디오라는 매체가 적합했다는 것이다. 제작 방식 또한 여성주의적이었다고 한다. 수수씨는 “다른 라디오 방송처럼 책임 프로듀서를 두지 않고, 6명의 운영진이 대본 제작과 모든 코너 진행을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맡는 방식으로 운영했다”고 말했다. 청취자들과의 관계도 특별했다고 한다. 방송을 인터넷으로 다시 듣는 서비스 덕분에 마포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 청취자들이 생겼고, 인터넷 게시판에 청취 소감과 사연 등을 올리곤 했다. 수수씨는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날 간식거리를 사들고 놀러오는 청취자들도 있었다”며 “덕분에 소통의 즐거움을 느끼며 라디오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업그레이드’ 2기 준비 중=꽃다방은 올해 하반기에 새로 짜여질 2기 운영자들과 함께 돌아온다. 요즘 수수씨는 미디어 제작 집단 ‘미디액트’와 함께 ‘넘실’이라는 제목의 여성주의 라디오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오는 23일 시작될 ‘넘실’은 라디오를 만드는 기술 교육과 함께 여성으로서 자기 역사 쓰기 등 다양한 여성의 삶을 고민하는 계기를 제공할 예정이다. 교육을 마친 참여자들은 꽃다방 2기 운영진으로 좀 더 새로운 여성주의 미디어를 만들게 된다. 이 가운데에는 1기 때 청취자도 몇 명 포함돼 있다. 수수씨는 “여성주의 라디오가 지역사회에도 많이 퍼져 여성들의 네트워크가 곳곳에서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지금, 한겨레가 필요합니다.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