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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양육비 월 5만원 지원…10명중 3명만 “내가 키울것”

등록 2008-05-01 17:49수정 2008-05-02 20:14

미혼모 지원 시설·이용자 현황
미혼모 지원 시설·이용자 현황
정부·민간단체 지원실태
미국 코네티컷주에 사는 안과 의사 리처드 보아스(59)는 1988년 석 달 된 갓난아기이던 셋째 딸 에스더를 한국에서 입양했다. 에스더의 모국이 궁금해 2006년 한국에 왔던 보아스는 미혼모 지원 시설을 방문했다가 미혼모들이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사회의 지원이 미흡해 대개 입양을 선택하는 현실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입양을 후원해 왔던 그는 그 뒤로 한국의 미혼모들이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고민했고, ‘기브투아시아’( www.give2asia.org)라는 재단을 만들어 미혼모 지원 시설을 돕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미혼모들의 선택은 점차 바뀌고 있다. 2001년 4206건이던 입양은 2007년 2652건으로 줄었으며, 2006년과 2007년 미혼모들에게 물어본 설문조사에서도 ‘본인·부모가족·미혼부가 양육할 것’이라는 대답이 24.8%에서 32.5%로 늘었다. 아이를 스스로 키우겠다는 미혼모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에 따라 지난해 모·부자복지법을 한부모가족지원법으로 개정하며 ‘미혼모 지원 시설’을 ‘미혼모자 지원 시설’로 바꿔 자녀 양육 지원을 분명히했고, ‘미혼모자 공동생활 가정’ 운영의 법적 근거도 뒀다. 미혼모자 공동생활 가정은 갓 출산한 미혼모가 아이와 함께 1년쯤 머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그룹홈’이다. 또 ‘미혼부자 지원 시설’도 지난해 인천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입양 지원 활동으로 알려진 홀트아동복지회는 2006년부터 미혼모 그룹홈을 운영하고 있고, 올해 5월엔 경남도의 위탁으로 마산시에 미혼모 지원 센터를 연다. 홍미경 홀트아동복지회 홍보팀장은 “미혼모들이 입양뿐 아니라 직접 양육 등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돕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실질적인 지원은 아직도 미흡하다. 정부가 8살 이하인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에게 지원하는 아동양육비는 한 달 5만원이다. 이것 말고 직업교육 지원 등은 시설에 들어간 미혼부모에게만 한다. 미혼부모 통계도 없다. 한상순 애란원 원장은 “시설 밖에 있는 미혼모는 위기 상황에 빠지기 쉽다”며 “이들도 직업훈련 지원 등을 받을 수 있게 지역사회의 지원체계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혼부모를 보는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것도 지원 확대와 동시에 풀어야 할 숙제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혼 임신을 실수가 아닌 나쁜 일로만 여기는 편견 때문에 미혼모가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멀어지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낙태나 입양을 선택해 왔다”며 “이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란 인식을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한국 미혼모 지원하는 미국인 리처드 보아스 인터뷰

리처드 보아스씨는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미혼모와 아이들에 대한 견해와 감상을 상세하게 밝혀왔다.

 

 -한국의 미혼모들을 지원하게 된 계기는? =1988년에 나와 내 아내는 부산 출생의 에스더를 입양했다. 우리는 이미 두 명의 아이가 있었지만 셋째를 얻지 못해서 입양을 결정했다. 한국으로부터의 입양을 결정한 이유는 한국의 미혼모로부터 태어난 아이들이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에스더는 당시 3달 반 정도 된 아기였다. 에스더의 친모는 24살이었고 미혼의 공장 노동자였는데, 임신 7달째까지도 공장에서 일을 했다고 했다. 그와 아이 아빠와의 만남은 짧았고, 그녀가 임신한 것을 알았을 때 그와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임신에 대해 가족에게 말하지 못했고 정부의 도움도 없었다. 저축도 바닥났고 아무런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그녀는 결국 아이를 포기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지금은 20살이 된 에스더와 27살인 캐더린, 24살인 벤자민을 키우며 나는 안과의사로 일했고, 특히 녹내장 전문이었다. 녹내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지점을 만들어내고, 결국 걷잡을 수 없이 보이지 않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하는 병이다. 내 일은 만족스러웠지만, 오랫동안 일하다보니 나는 내 삶을 다른 방향으로 끌고가게 됐다.

 2005년, 나는 국제 입양에 간여하게 됐다. 많은 가족들이 비용이 상승해 입양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뒤였다. 나는 특히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의 입양을 원하는 그들에게 감명받았다. 코네티컷에 있는 가족아동국과 서울에 있는 사회복지기금에 우리 아이를 데려다 준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나는 우리가 입양한 것처럼 다른 가족들도 입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나는 다른 입양부모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우리는 입양기금을 시작했다. 다른 가족들로부터 원서를 받아서 살피고, 입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기금을 운용하는 동안, 우리는 14가구가 입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당시 난 한국에 아직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일을 발전시킬 생각으로 나는 2006년 10월에 자비를 들여 기금 스텝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따라나섰다.

 

 그 방문이 나를 변화시켰다. 나는 신생아실에서 유아들을 껴안고,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만나고, 병원에 아픈 채 누워 있는 아이들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 아이들은 고아이거나, 미혼인 엄마로부터 버림 받은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대구에 있는 사회복지기금의 시설에 머물고 있는 젊은 엄마들을 만난 뒤 깊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18~24살이었고 모두 결혼하지 않은 채 임신한 상태였다. 이들은 모두 이미 자신의 아이들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그들은 바로 내 딸 에스더의 친모였고, 에스더는 그들이 포기한 아이 가운데 하나였다.

 

 나는 그동안 국제 입양의 강력한 지원자였다. 그러나 이 만남은 나에게 깊은 변화를 안겨 줬다. 나는 입양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잘 보지 못해왔던 것이다. 특히 국제 입양과 그 엄마와 아이들에 대해. 꼭 아이를 포기하는 일이 일어나야만 할까? 더 중요하게는, 배가 아파 아이를 낳은 엄마가 그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물론 그녀가 선택한다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나는, 나 스스로가 입양부모이자 의사로서, 한국의 미혼모와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일을 할 수 있을까 질문하게 됐다. 한 여성이 그녀의 아이를 키우고자 결정했을 때, 내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친모가 그들의 아이를 입양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내가 그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그리고 미혼모와 갓 태어난 그들의 아이가 살 수 있을만한 시설들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까. 만약 에스더가 지난 주에 태어났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옳은 일은 어떤 것일까…

 

 나는 2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매년 한국으로부터 해외로 입양을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또다른 2000명은 국내에서 입양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 미혼모의 70%가 그들의 아이를 포기한다. 미국의 경우 2%에 불과하다. 그 차이는 너무도 크다. 나는 다시 질문한다 ; 세계에서 11번째 경제 대국인 한국이, 그들의 국민들을 돕지 않는가? 국외 입양을 (국내도 마찬가지지만) 최소화시키고 엄마가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닐까? 이 용감한 여성들이 자신들이 필요한 도움을 모두 받을 수 있어야 할 것 아닐까?

 

 큰 충격에, 나는 이전에 하던 국제 입양 기금의 일을 그만뒀다. 나는 내 관심을 한국의 미혼모들과 그들의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두기로 했으며, 한국 사람들 역시 긍정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외국인으로서, 한국 미혼모들의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지? 특히 미국과 비교하자면. 

=만약 미혼모가 아이를 키운다고 하면, 그녀와 아이는 가족들로부터 낙인과 격리를 참아내야 하고 부족한 정부의 지원도 견뎌야 한다. 그러나 입양할 것을 결정하면, 그녀는 평생 가져가야 할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마주하게 된다. 한국 사회와 정부는 이런 상황을 최대한 소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나는 내 딸을 사랑한다. 에스더가 내 삶에 들어와준 것에 감사하는만큼, 다른 여성이 정부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얻지 못해 에스더의 친모가 에스더를 포기했던 것처럼 아이를 포기하는 상황을 보게 되는 것이 큰 고통이 된다.

 

 미국과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나라들에서는 미혼모에 대한 차별은 사실상 없다. 그리고 사회 지원 시스템도 확고하게 갖춰져 있다. 사회복지기금 입양 관련 부서의 이미라씨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한국은 다른 사회의 지원 시스템을 들여오기보다는, 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나 또한 그에 동의하며, 한국인들과 한국 정부는 이러한 미혼모자 문제를 잘 해결을 좋은 기회를 가지고 있으며, 가능한 모든 면에서 지원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기브투아시아(Give2Asia)의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한국의 미혼모와 싱글맘을 보호하고 직접적인 지원을 하는 애란원,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부모/싱글맘 네트워크와 같은 단체들을 지원하는 것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지원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기브투아시아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제 입양률을 줄이려면 한국의 미혼모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먼저, 원치않는 임신이 줄어야 한다. 한국은 성교육에 대한 심각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여성 뿐 아니라 남성에 대해서도. 많은 미혼모들이 두 번의 임신을 경험하곤 하는데, 첫번째 임신 뒤의 성교육이 아주 중요하다.

 미혼 상태에서 임신한 여성은 그들로 하여금 자신과 아이를 위해 가장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상담과 지원을 필요로 한다. 아이를 낳아서 키우길 원하는 여성들에게는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 교육, 직업훈련, 보육지원, 주거 보조, 의료 서비스, 돌봄서비스 등. 여성은 결혼과 육아 여부와 관계 없이 사업장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종종 여성이 구직시험 때 아이가 있다고 해서 직업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 반대의 경우 직업을 얻기가 더 쉽고.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정당성이 한국에서는 보다 강조되어야 한다. 여성 단체들은 이미 이런 이슈에 대해 비전들을 제시하고 있다. 미혼모를 위한 그룹홈 (지금은 전국 16개로 알고 있다)이 정부의 기금과 계속적인 지원으로 더 늘어나야 한다. 반대로 국제 입양에 연관된 커다란 4개의 단체가 있다. 많은 외국의 가족들이 입양을 희망하고 단체들이 그들을 지원하길 바란다는 것은 상징적이다. 그것은 입양부모와 단체들 스스로에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일일 수 있지만, 그 핵심은 무엇이 엄마와 아이에게 가장 도움이 되느냐가 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해외입양에 대한 대안으로 국내 입양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입양부모에 재정적인 도움도 주는 것으로 안다. 국내입양이 대부분의 경우 해외 입양보다는 낫겠지만, 나는 아이의 친모가 그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이와 엄마, 사회를 위해 가장 좋은 일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률을 자랑하고 있고, 인구 감소의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 해외 입양 결정의 기간(5달)을 연장하고, 국내 입양을 장려하는 것으로는 엄마가 아이를 포기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단순하게,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많을 수록 입양은 줄고, 입양이 준다는 것은 이 나라를 떠나는 아이들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와 언론, 의회 등에 하고 싶은 말은? 

=미혼모와 그들의 아이들도 한국인이다. 또 이 엄마들은 자식들을 다른 엄마들만큼 사랑한다. 경제·사회적 비용은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한국과 같은 발전된 사회에서 이 아이들을 보살피고, 가능한 방법들을 동원해 지원하고 밝은 미래에 대한 전망을 심어주는 것은 나라 전체의 이득이 될 것이다. 나는 이 문제를 좀 더 비전 있게 만들고, 논의와 심지어는 논쟁을 촉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긍정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그러나 내 딸이 한국에서 태어났고 내가 미혼모와 아이들의 문제에 깊은 관심이 있다고 해도, 나는 한국 사람이 아니다. 이 점에서 한국 사회와 정부가 무엇을 추진해야 하는지는 너무도 명백하다. 그리고 그렇게 할만한 좋은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바로잡습니다

■ 5월 2일치 27면 ‘정부·민간단체 미혼모 지원실태’기사

기브투아시아 재단은 리처드 보아스가 만든 재단이 아니라, 보아스가 미혼모 지원 시설을 돕는 활동을 하자고 제안한 재단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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