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줌마’들의 공동체모임인 ‘줌마네’의 자유기고가 과정 7~8기 회원들이 기획회의를 하고 있다.
9기 맞는 ‘줌마네’ 자유기고가 과정
“활자로 된 내글 보니 집에 있다 사회로 나선 기분”
남편과 소통 더 쉬워져…‘지역 매체’도 만들 계획 아이들이 집에서 엄마를 찾을 땐 “밥 줘”, “이거 해 줘” 등을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그러나 요즘엔 달라졌다. “엄마, 글 써요?”, “공부하세요?”… 밥 짓고 살림하는 모습 말고도 다른 모습, 곧 글을 쓰는 모습을 보여 준 뒤부터다. ‘아줌마’들의 공동체임을 내세우는 모임 ‘줌마네’의 자유기고가 과정 제8기생인 ‘소피 마르소’(별명) 유경숙(36)씨의 경험담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과정을 곧 수료할 유씨는 “아직 ‘초짜’인데도 벌써 많은 변화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줌마네는 2001년 ‘글 쓰기로 돈 버는 힘 기르기’라는 자유기고가 교육 과정을 열었다. 여성들이 취재와 인터뷰 방법 등을 가르쳐, 여성지나 육아지 같은 여러 매체에 글을 팔 수 있을 만큼 실력을 쌓도록 이끄는 과정이다. 7년째 이어진 이 과정을 마친 많은 주부들이 ‘부엌 문’을 열고 사회로 나와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자유기고가로 변신했다. 이들이 써내는 글들은 에세이, 소설, 동화처럼 형식도 다양할 뿐 아니라 교육, 육아, 가정, 환경 등 주제도 갖가지다. 매체 기고 말고 단행본을 펴낸 이들도 있다. 이러다 보니 ‘전문지식이 있거나 원래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줌마네 사람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웹진 편집장을 맡고 있는 2기 ‘광달이’(별명) 소광숙씨는 “여기 찾아오는 사람들 가운데 이전에 글을 써 봤다는 사람들은 극소수”라며 “뭔가 하고 싶다는 마음만 필요할 뿐, 학력도 전문지식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표적 보기는 3기 ‘사과꽃’(별명) 김해영(58)씨다. 2002년 자유기고가가 되고 싶어 줌마네를 찾았을 때 김씨의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 게다가 나이는 52살이었다. 김씨는 동생들을 위해 자신의 공부를 포기했고, 결혼 뒤엔 남편과 아이를 위해 집안에 머물렀던 우리 시대의 50대 아줌마였다. ‘과연 내 인생은 뭔가’라며 우울증에 빠져 있던 김씨는 신문에서 자유기고가 과정 소개 기사를 보고 줌마네 문을 두드렸다. 김씨는 “학력과 나이 때문에 잘할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그저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작가가 돼 있더라”고 말했다. 자유기고가들은 “글쓰기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존재를 드러내고, 그 뒤 진정한 자아를 찾아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소광숙씨는 “내 이름과 글이 활자화돼 나왔을 때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며 “집안에 있다가 문 열고 사회 속으로 나선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웹진 편집장으로서 후배를 키우는 데도 남다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김해영씨는 글쓰기 과정을 끝내고는 중졸·고졸 검정고시를 마친 데 이어 전문대에도 진학해 졸업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교수가 돼, 나 같은 50~60대 여성들이 접었던 꿈을 되찾도록 돕는 게 꿈”이라고 했다. 40대 후반에 춤을 추기 시작해 춤 테라피스트(치료사)가 된 아줌마, 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찍게 된 아줌마, 사업을 벌이는 아줌마도 있다. 글쓰기를 계기로 저마다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주변도 달라졌다. 김씨가 글을 쓴다고 하자 “주제를 알아라”고 했던 김씨 남편은, 김씨가 자신의 글이 실린 언론사 인터넷 화면을 보여주며 “이게 내 주제야”라고 하자 눈이 휘둥그레지더란다. 그 뒤로 남편은 주위 사람들에게 대놓고 김씨를 자랑하기 바쁘다고 한다. 소씨도 “처음엔 가족들이 불평도 하더라”면서도 “그러나 가족들도 이내 익숙해지고, 우울해하던 내가 밝아지니까 더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7기 ‘금성공주’(별명)는 “내 스스로 추구하는 뭔가가 있으니까 남편과의 소통도 더 쉬워지더라”고 했다. 오는 29일부터 자유기고가 9기 과정이 시작된다. 이전 기수들과 달리 이번 기수에서는 직접 ‘지역 매체’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삶 속에서 꿈틀대는 아줌마들의 목소리를 더욱 생생하게 담겠다는 포부와 함께 말이다. 9기 과정 수강생을 계속 모집중이다. 문의는 소광숙 019-291-6953. 글·사진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남편과 소통 더 쉬워져…‘지역 매체’도 만들 계획 아이들이 집에서 엄마를 찾을 땐 “밥 줘”, “이거 해 줘” 등을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그러나 요즘엔 달라졌다. “엄마, 글 써요?”, “공부하세요?”… 밥 짓고 살림하는 모습 말고도 다른 모습, 곧 글을 쓰는 모습을 보여 준 뒤부터다. ‘아줌마’들의 공동체임을 내세우는 모임 ‘줌마네’의 자유기고가 과정 제8기생인 ‘소피 마르소’(별명) 유경숙(36)씨의 경험담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과정을 곧 수료할 유씨는 “아직 ‘초짜’인데도 벌써 많은 변화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줌마네는 2001년 ‘글 쓰기로 돈 버는 힘 기르기’라는 자유기고가 교육 과정을 열었다. 여성들이 취재와 인터뷰 방법 등을 가르쳐, 여성지나 육아지 같은 여러 매체에 글을 팔 수 있을 만큼 실력을 쌓도록 이끄는 과정이다. 7년째 이어진 이 과정을 마친 많은 주부들이 ‘부엌 문’을 열고 사회로 나와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자유기고가로 변신했다. 이들이 써내는 글들은 에세이, 소설, 동화처럼 형식도 다양할 뿐 아니라 교육, 육아, 가정, 환경 등 주제도 갖가지다. 매체 기고 말고 단행본을 펴낸 이들도 있다. 이러다 보니 ‘전문지식이 있거나 원래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줌마네 사람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웹진 편집장을 맡고 있는 2기 ‘광달이’(별명) 소광숙씨는 “여기 찾아오는 사람들 가운데 이전에 글을 써 봤다는 사람들은 극소수”라며 “뭔가 하고 싶다는 마음만 필요할 뿐, 학력도 전문지식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표적 보기는 3기 ‘사과꽃’(별명) 김해영(58)씨다. 2002년 자유기고가가 되고 싶어 줌마네를 찾았을 때 김씨의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 게다가 나이는 52살이었다. 김씨는 동생들을 위해 자신의 공부를 포기했고, 결혼 뒤엔 남편과 아이를 위해 집안에 머물렀던 우리 시대의 50대 아줌마였다. ‘과연 내 인생은 뭔가’라며 우울증에 빠져 있던 김씨는 신문에서 자유기고가 과정 소개 기사를 보고 줌마네 문을 두드렸다. 김씨는 “학력과 나이 때문에 잘할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그저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작가가 돼 있더라”고 말했다. 자유기고가들은 “글쓰기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존재를 드러내고, 그 뒤 진정한 자아를 찾아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소광숙씨는 “내 이름과 글이 활자화돼 나왔을 때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며 “집안에 있다가 문 열고 사회 속으로 나선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웹진 편집장으로서 후배를 키우는 데도 남다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김해영씨는 글쓰기 과정을 끝내고는 중졸·고졸 검정고시를 마친 데 이어 전문대에도 진학해 졸업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교수가 돼, 나 같은 50~60대 여성들이 접었던 꿈을 되찾도록 돕는 게 꿈”이라고 했다. 40대 후반에 춤을 추기 시작해 춤 테라피스트(치료사)가 된 아줌마, 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찍게 된 아줌마, 사업을 벌이는 아줌마도 있다. 글쓰기를 계기로 저마다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주변도 달라졌다. 김씨가 글을 쓴다고 하자 “주제를 알아라”고 했던 김씨 남편은, 김씨가 자신의 글이 실린 언론사 인터넷 화면을 보여주며 “이게 내 주제야”라고 하자 눈이 휘둥그레지더란다. 그 뒤로 남편은 주위 사람들에게 대놓고 김씨를 자랑하기 바쁘다고 한다. 소씨도 “처음엔 가족들이 불평도 하더라”면서도 “그러나 가족들도 이내 익숙해지고, 우울해하던 내가 밝아지니까 더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7기 ‘금성공주’(별명)는 “내 스스로 추구하는 뭔가가 있으니까 남편과의 소통도 더 쉬워지더라”고 했다. 오는 29일부터 자유기고가 9기 과정이 시작된다. 이전 기수들과 달리 이번 기수에서는 직접 ‘지역 매체’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삶 속에서 꿈틀대는 아줌마들의 목소리를 더욱 생생하게 담겠다는 포부와 함께 말이다. 9기 과정 수강생을 계속 모집중이다. 문의는 소광숙 019-291-6953. 글·사진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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