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경험 ‘WILPF’ 케르스틴 그레베크 대표
케르스틴 그레베크 ‘평화와 자유를 위한 여성 국제연맹’(WILPF) 대표는 평화 구축에 여성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보기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325호 결의안’을 들었다. 2000년 채택된 결의안엔 “평화를 논의하고 평화 합의서를 이행하는 과정에 여성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결의안 통과 뒤엔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결성된 이 단체가 있었다고 했다.
그레베크 대표는 지난 1일 “전쟁·폭력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돌봄의 주체인 여성은 평화에 대한 감수성이 높다”며 “평화를 이루려면 여성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스웨덴 여성 엔지오 활동가인 그는 이 연맹 스웨덴 지부의 활동을 상세히 소개했다.
90년대 초반 옛 유고슬라비아 내전 때 스웨덴 지부는 ‘여성과 여성’이란 이름의 지원 프로그램을 펼쳤다. 전쟁 중이던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등에 있는 여성들에게 기금을 모아 건네고 여성 지원센터를 세우도록 돕는 사업이었다. 민족이 갈려 전쟁을 벌이던 상황에서 지원센터에 있던 여성들은 민족·국적을 따지지 않고 모든 난민들을 도왔고, 센터끼리 연대해 정보를 주고받기도 했다. 전쟁 뒤 이들은 각 지역에서 지방의회 의원이나 관료로 진출했고, 평화협정 내용을 알리며 평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아프리카 등 분쟁 지역의 평화 구축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고 했다.
그레베크 대표는 “당시 스웨덴 여성들은 1달러씩 모두 400만달러를 모았는데, 이는 총인구의 절반 가량이 참여한 셈이었다”며 “평화를 만들고자 하는 여성의 힘은 연대할수록 강해진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 회의에 참가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단체의 평화체제 구축 원칙은 ‘전쟁 비용을 다른 가치 있는 일로 돌리자’는 것이다. 그는 한반도에선 끝없는 군사적 대치 등에 엄청난 비용을 쓰는 것으로 안다며 “이를 줄이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레베크 대표는 “평화를 바라는 여성들이 뭉치면 각국의 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남성 일색인 협상에서도 여성 대표의 비율을 높여 여성주의적 관점을 불어넣을 수 있다”며 여성들이 ‘뭉치고 연대할 것’을 강조했다.
최원형 기자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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