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가산점제 논란’ 속 권인숙·양현아 교수 제안
“군 가산점제에 반대하는 여자들은 군대에 보내자.” “왜 남자만 군대에 가야 하나요? 여자는 안 가나요?” 군대나 성 문제와 관련된 일이 화제가 될 때마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댓글들이다. 1999년 ‘제대 군인 가산점 제도’(군 가산점제)가 폐지된 뒤 군 복무자에 대한 보상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됐고 성 대결 양상으로 번지기도 했다. 그 가운데 ‘여성도 군대 가라’는 주장은 군 가산점제 폐지에 불만을 품은 일부 남성들의 반발 심리를 업고 잦아들지 않아 왔다. 남성만 징집 대상이 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지난해 정부는 군 복무를 사회서비스 제공 업무로 대신할 수 있는 ‘사회복무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며 ‘여성도 희망하면 복무 가능’이라는 말을 붙여, “앞으로 여성도 징병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냐”는 등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방정책 여성참여 위해 필요”
스웨덴 등은 성평등 목적 추진 그동안 ‘여성 징병제’를 두고 여성학자들이나 여성단체들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사회의 많은 영역에서 성 평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유독 군 복무를 두고서만 성 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여성에게 이중의 부담을 주게 된다는 주장, 폭력적인 군사주의 문화가 아직 극복되지 못했는데 여기에 여성까지 동원하느냐는 우려 등이 이유였다. 그러나 최근 “여성도 징병제에 참여할 수 있음을 전제로 삼고, 여성들이 국방정책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와 주목된다. 권인숙 명지대 교수(방목기초교육대학)는 최근 학술지 <여성연구>에 실은 ‘징병제의 여성 참여’라는 글에서 이스라엘과 스웨덴의 여성 징병제 현황이 어떤지 살폈다. 여성 징병제를 오래 시행해 온 이스라엘에서는 여성들이 징병제를 통해 다양한 직업·인간관계를 경험하는 등 군 생활을 사회 진출에 자양분으로 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스웨덴에서는 군대에서도 성 평등을 구현하고자 여성 징병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권 교수는 “두 나라는 여성의 징병제 참여뿐 아니라 서열 중심, 남성 중심의 군사문화를 극복하는 것에도 힘쓰고 있다”며 “징병제 여부를 떠나, 이들 나라가 군에서의 여성 수 증가와 여성 역할 증대를 올바른 정책 방향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이 모병제 전환이나 반군사적 평화운동 등에 힘을 집중해 왔는데, 그런 장기적 대안 제시뿐 아니라 당장 시행되고 있는 징병제와 관련해서도 정책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자도 군대 가라’는 주장에 일회성 반박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군 복무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려면 여성의 징병제 참여도 배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양현아 서울대 교수(법학)는 지난 6월 한 포럼에서 “남성만을 징집 대상으로 하고 있는 현행 병역법은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군 가산점제 등 군대와 관련된 문제를 두고 성 대결 양상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국민의 절반만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병역법의 모순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런 병역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돼 있는 상태다. 양 교수는 특히 “국방정책 담당자들이 아예 구조적으로 정책 대상에서 여성을 배제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성들이 ‘군대에 가겠다’고 해도, 제도·재정 운용 등에 아무런 비전이 없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재 여성은 부사관 이상에만 지원 입대할 수 있다. 그는 “당장 병역법 적용 대상을 왜 성별에 따라 구분하고 있는지 국방 당국이 설명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 가산점제 부활 움직임에 꾸준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한국여성단체연합도 군대와 관련된 문제에 대응할 때 여성의 징병제 참여를 배제하지 않을 방침이다. 한황주연 활동가는 “헌법에 명시된 국방의 의무가 여성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역제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사회복무제 추진안에서도 여성을 두고는 ‘희망하면 할 수 있다’는 한 줄로 모호하게 표현됐을 뿐”이라며 “국방 정책에서 여성이 얼마나 배제돼 있는지 보여주는 무책임한 사례”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스웨덴 등은 성평등 목적 추진 그동안 ‘여성 징병제’를 두고 여성학자들이나 여성단체들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사회의 많은 영역에서 성 평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유독 군 복무를 두고서만 성 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여성에게 이중의 부담을 주게 된다는 주장, 폭력적인 군사주의 문화가 아직 극복되지 못했는데 여기에 여성까지 동원하느냐는 우려 등이 이유였다. 그러나 최근 “여성도 징병제에 참여할 수 있음을 전제로 삼고, 여성들이 국방정책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와 주목된다. 권인숙 명지대 교수(방목기초교육대학)는 최근 학술지 <여성연구>에 실은 ‘징병제의 여성 참여’라는 글에서 이스라엘과 스웨덴의 여성 징병제 현황이 어떤지 살폈다. 여성 징병제를 오래 시행해 온 이스라엘에서는 여성들이 징병제를 통해 다양한 직업·인간관계를 경험하는 등 군 생활을 사회 진출에 자양분으로 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스웨덴에서는 군대에서도 성 평등을 구현하고자 여성 징병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권 교수는 “두 나라는 여성의 징병제 참여뿐 아니라 서열 중심, 남성 중심의 군사문화를 극복하는 것에도 힘쓰고 있다”며 “징병제 여부를 떠나, 이들 나라가 군에서의 여성 수 증가와 여성 역할 증대를 올바른 정책 방향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이 모병제 전환이나 반군사적 평화운동 등에 힘을 집중해 왔는데, 그런 장기적 대안 제시뿐 아니라 당장 시행되고 있는 징병제와 관련해서도 정책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자도 군대 가라’는 주장에 일회성 반박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군 복무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려면 여성의 징병제 참여도 배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양현아 서울대 교수(법학)는 지난 6월 한 포럼에서 “남성만을 징집 대상으로 하고 있는 현행 병역법은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군 가산점제 등 군대와 관련된 문제를 두고 성 대결 양상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국민의 절반만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병역법의 모순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런 병역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돼 있는 상태다. 양 교수는 특히 “국방정책 담당자들이 아예 구조적으로 정책 대상에서 여성을 배제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성들이 ‘군대에 가겠다’고 해도, 제도·재정 운용 등에 아무런 비전이 없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재 여성은 부사관 이상에만 지원 입대할 수 있다. 그는 “당장 병역법 적용 대상을 왜 성별에 따라 구분하고 있는지 국방 당국이 설명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 가산점제 부활 움직임에 꾸준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한국여성단체연합도 군대와 관련된 문제에 대응할 때 여성의 징병제 참여를 배제하지 않을 방침이다. 한황주연 활동가는 “헌법에 명시된 국방의 의무가 여성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역제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사회복무제 추진안에서도 여성을 두고는 ‘희망하면 할 수 있다’는 한 줄로 모호하게 표현됐을 뿐”이라며 “국방 정책에서 여성이 얼마나 배제돼 있는지 보여주는 무책임한 사례”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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