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가 지난 18일 연 ‘성매매 방지법 시행 4주년 기념 전문가 회의’에 참가하러 방한한 실라 제프리스 교수, 줄리 빈델 활동가, 재니스 레이먼드 교수(왼쪽부터).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제공
‘성매매 방지법 4주년 기념 회의’ 국외 전문가들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주는 1984년 성매매를 합법화했다. 합법화하는 대신, 당국이 규제를 강화하면 성산업 규모를 줄이고 조직범죄의 개입이나 경찰의 부정부패, 성매매 여성에 대한 폭력 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근거였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가 지난 18일 연 ‘성매매 방지법 시행 4주년 기념 전문가 회의’에 참가하러 우리나라를 찾은 실라 제프리스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대 교수는 “현재 빅토리아주에는 합법 업소 93곳과 불법 업소 400여곳(추정)이 있다”며 “성매매 여성의 인권도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범죄단의 수괴가 대규모 성매매업소를 통해 불법 자금을 세탁하거나 경찰과 규제 당국의 부패 문제도 없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 수준은, 이들에게 제공되는 직업 안전 관련 정보 내용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술 취한 고객으로부터 도망치는 법, 성난 고객들에게 폭력을 당하지 않는 법, 고객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지 않도록 살펴야 할 것 따위처럼 철저한 ‘방어 전략’들이 나열돼 있다는 것이다. “성매매 자체가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그는 말했다.
성매매 합법화 조처에는 ‘성매매는 노동’이라는 관점이 깔려 있다고 했다. “성매매는 사회적 필요악”, “매춘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노동” 같은 발언이나 공창제 도입 등의 주장에도 이런 관점이 녹아 있다.
다른 외국 전문가들도 “성매매는 성노동이 아니라 성노예화”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재니스 레이먼드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교수는 “성매매가 노동이라면, 여성들은 계속 성매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논리”라며 “어떤 대안도 제시할 수 없는 무기력한 관점”이라고 말했다.
제프리스 교수는 ‘성매매를 직업으로서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여성도 있지 않으냐’는 시각에 대해 “현실적으로 그들이 성매매를 그만두는 선택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남성의 성적 만족을 위해서는 모든 것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남성 중심적 시각일 뿐”이라고 공박했다. 성매매 여성의 자활을 돕는 시민단체 활동가인 영국의 줄리 빈델은 “자유를 박탈당한 채 성매매를 강요받는 성매매 여성들의 현실을 보면 성매매가 성노예화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원형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