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여성민우회 주요 활동
여성연합 ‘지역 운동’ 방향 논의
풀뿌리 여성 운동의 현주소는? 나아갈 방향은?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이 지난달 27~28일 대전에서 연 ‘제2회 풀뿌리 여성 조직가 대회’에 모인 지역 여성운동 활동가들은 다양한 ‘풀뿌리 여성 운동’의 현 모습을 짚으며 이후 방향을 깊게 논의했다. 여성 폭력 방지를 위한 지역운동, 마을 공동체 만들기 운동, 학부모들이 중심이 돼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운동 등 갖가지 운동 형태와 사례들이 소개됐다.
‘풀뿌리 운동’은 강력한 권력이나 높은 지위도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이를 풀어내는 운동을 가리킨다. 삶의 문제에 민감한 여성들에겐 더욱 가깝게 느껴지고 그래서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이제까지 여성 운동이 여성폭력 피해자나 차별받는 여성 노동자 등 ‘누군가를 돕는’ 구실에 주로 집중했다면, 앞으론 여성이 ‘스스로를 돕는’ 데도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여성연합이 2005년부터 지역 여성운동을 지원하려고 지역운동센터를 운영해 온 것도 그래서다. 서울여성의전화가 동작구 등에서 4년째 펼치고 있는 ‘여성 폭력 없는 마을 만들기’ 운동이 대표적 보기다. 현지에서 운동을 벌이니까 주민들이 아는 여성 폭력 사건들을 소상히 접하게 되고, 또 이를 주민들이 막아야 한다는 의식도 퍼지면서 주민 참여가 늘었다고 한다. 부산 연제구 토곡 좋은엄마 모임도, 서울 동북여성민우회도 지역 여성들의 주체적 운동이라는 성격은 같다.
풀뿌리 운동이 꼭 ‘지역’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여성 한부모 가장, 여성 장애인, 이주여성처럼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지닌 이들이 모여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도 풀뿌리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 챙기기를 넘어 공동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가운데 자신의 문제를 풀려고 힘쓰는 이들이 곧 ‘풀뿌리’라는 근거에서다. 내년 전국적인 당사자 모임을 발족할 여성 한부모 가장들이 바로 그들이다.
여성연합은 “돕는 운동은 문제를 넓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당사자 운동은 주체적이고 꾸준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두 운동 흐름을 결합할 것을 지향한다. 홍은정 동북여성민우회 대표는 “지역 여성들이 생활 속에서 지닌 욕구들을 현실에 영향을 주는 힘으로 엮어내는 조직화가 숙제”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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