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제구 ‘토곡 좋은엄마 모임’이 지난 8월12~14일 연제구 연산9동 빈터에서 연 ‘우리 마을 벽화 그리기’에 참가한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그린 벽화 앞에 모여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토곡 좋은엄마 모임 제공
서울 ‘동북여성민우회’ 먹거리·지자체 예산 지킴이
부산 ‘토곡 좋은엄마모임’ 벽화 그리며 공동체 형성
부산 ‘토곡 좋은엄마모임’ 벽화 그리며 공동체 형성
서울 도봉구 방학동 ‘팔당 유기농산물 판매장’은 오랫동안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뛰어온 동북여성민우회의 사랑방 같은 곳이다. 농민들이 직접 키우거나 공정무역으로 외국에서 들여온 친환경 유기농 제품만을 판다. “멜라민 걱정은 안 하셔도 좋다”며 홍은정 동북여성민우회 대표가 권하는 커피도 유기농 제품이다.
매장 어귀에는 ‘지역 예산 분석 토론회’ ‘학부모 모임’ 등을 알리는 안내가 빼곡하다. 계산대엔 ‘북한 어린이 돕기’ 성금 모금함도 놓여 있다. 단지 친환경 먹을거리만 파는 게 아니라, 여성 지역주민들이 스스로의 삶을, 또 삶터인 동네를 바꾸는 운동을 지향하는 곳임을 엿볼 수 있다.
동북여성민우회는 우리나라 대표적 여성운동 단체인 한국여성민우회의 지역 지부로는 처음 1992년 설립됐다. 강북·노원·도봉구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에 밀착해 ‘여성 지역운동’을 펼쳐온 지 올해로 17년째다. 유기농산물 매장을 운영하는 생활협동조합(생협) 운동부터 교육·환경·지방자치 등 거의 모든 영역의 사안들을 다룬다.
도봉구 초안산에 골프연습장을 세우려 하자 ‘도봉구의 숨통을 지켜야 한다’며 개발을 막아냈고,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퇴비로 만드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학교 급식 실태를 살피고 학교운영위원회에도 적극 참여해 교육 현장에도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녹여 넣는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과 예산도 꾸준히 감시한다. 지방의원들이 의원 의정비를 한껏 올린 것도 동북여성민우회가 최초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일을 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여성 지역주민’ 자신이다. 생협 매장을 찾은 여성들이 생협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갖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여성민우회 회원이 되고, 또 지역 여성 활동가로 변모한다. 홍 대표 역시 지역주민으로서 참여했다가 어느새 ‘핵심 활동가’가 된 이다.
그는 “현재 일반 회원 2900여명과 정회원 360여명이 뛰고 있다”며 “지역 단체로는 규모도 크고 활동가도 많다”고 말했다. 한 생협 조합원은 “엄마가 안전한 먹을거리를 주려고 힘써도 학교 급식에 문제가 있으면 도로아미타불”이라며, 학교 급식은 물론 학교 현장의 잘못된 점을 찾아 바꾸는 ‘학부모 모임’을 만드는 데 앞장서게 됐다고 했다.
“생활·환경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의 공감대가 넓고, 지역사회라는 공통분모도 있어서 다양한 사업들을 꾸준하게 펼칠 수 있어요. 지역공동체는 여성을 비롯한 지역 주민이 나서 일궈내는 것 아닐까요?” 홍 대표의 말이다.
부산 연제구 여성들이 만든 ‘토곡 좋은엄마 모임’은 더 작은 동네에 터를 둔 여성 지역운동 단체다.
인구 4만여명인 연산9동에 사는 여성 학부모들이 주인공이다. 엄마들이 함께 아이들을 가르치는 ‘품앗이 공부방’으로 시작했다가, 최근엔 몽골 이주여성과의 자매결연, 노인학교, 마을잔치 같은 크고작은 일까지 벌이고 있다.
모임을 제안한 이정은 부산여성회 연제지부장은 “처음엔 지역운동을 하겠다고 한 사람은 혼자였는데, 이웃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면서 점차 공동체 의식이 퍼져갔다”고 했다. ‘내 아이 잘 키우기’는 누구나 지닌 욕구이지만, 서로 만나면서는 ‘우리 모두의 아이, 함께 잘 키우기’로 바꿀 수 있었다는 것이다. 모임에 참여하는 엄마 30여명은 스스로 성평등 강사, 생태 안내사, 주산 강사 등이 돼 아이들을 공동으로 키운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마을 벽화를 그리고, 어린이 벼룩시장을 여는 등 프로그램들도 아기자기하다. 이 모임의 영향을 받아 ‘좋은아빠 모임’도 꾸려졌고, 연산9동 주민자치센터(옛 동사무소)에도 여러 문화프로그램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 지부장은 “우리 삶을 바꾸는 것도 ‘하니까 되더라’는 여성 주민들의 경험이 쌓이면서 여기까지 왔다”며 “이런 공동체 문화가 연산9동뿐 아니라 다른 곳에도 전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영미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지역사회를 가장 잘 알고 그만큼 관심이 큰 여성들이 스스로 지역사회를 바꾸려고 힘쓰고 있다”며 “여성 지역운동, 또는 지역 여성운동은 생활정치의 중요한 기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이 중심에 선 풀뿌리 지역운동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모임을 제안한 이정은 부산여성회 연제지부장은 “처음엔 지역운동을 하겠다고 한 사람은 혼자였는데, 이웃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면서 점차 공동체 의식이 퍼져갔다”고 했다. ‘내 아이 잘 키우기’는 누구나 지닌 욕구이지만, 서로 만나면서는 ‘우리 모두의 아이, 함께 잘 키우기’로 바꿀 수 있었다는 것이다. 모임에 참여하는 엄마 30여명은 스스로 성평등 강사, 생태 안내사, 주산 강사 등이 돼 아이들을 공동으로 키운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마을 벽화를 그리고, 어린이 벼룩시장을 여는 등 프로그램들도 아기자기하다. 이 모임의 영향을 받아 ‘좋은아빠 모임’도 꾸려졌고, 연산9동 주민자치센터(옛 동사무소)에도 여러 문화프로그램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 지부장은 “우리 삶을 바꾸는 것도 ‘하니까 되더라’는 여성 주민들의 경험이 쌓이면서 여기까지 왔다”며 “이런 공동체 문화가 연산9동뿐 아니라 다른 곳에도 전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영미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지역사회를 가장 잘 알고 그만큼 관심이 큰 여성들이 스스로 지역사회를 바꾸려고 힘쓰고 있다”며 “여성 지역운동, 또는 지역 여성운동은 생활정치의 중요한 기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이 중심에 선 풀뿌리 지역운동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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