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 가게를 차리려 하는 이유미씨가 8일 서울 구로구 사무실에서 자신이 손수 고른 여러 가발 상품들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무담보 창업자금 지원받은
저소득 싱글맘 가장들
충분한 준비로 ‘경제적 자립’
“창업 성공률 더 높이려면
지속적 교육 뒷받침돼야” 홀로 두 딸을 키우는 김옥연(53)씨는 서울 왕십리에서 3년째 곱창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남편이 병마로 세상을 등진 뒤 4년 동안 산모 도우미로 일했지만 월 90만원 가량인 수입은 세 식구에게 빠듯했다고 했다. ‘사업을 해 볼까?’ 주말마다 시장조사를 나가며 창업을 꿈꿨다. 2005년 사회연대은행과의 만남은, 김씨가 창업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사회연대은행은 여성 한부모 가장에게 창업 자금을 무담보·무보증·낮은 이자로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빌린 1500만원에 힘입어 가게를 인수한 것이다. 첫해엔 무척 고생했다고 했다. 경기가 안 좋으면 매상이 오르지 않는 업종인 탓이다. 두 딸도 가게 일을 거들었다. 그렇게 ‘숨 죽여 지낸’ 뒤로 지금은 조금이나마 안정을 찾아 한 달에 200만원 넘게 번다. “지금도 여유롭지는 않지만, 창업 이전보다는 꽤 안정된 것도 사실이에요.” 김씨는 창업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여성인데도, 무담보로 돈을 대출해 주고 경영이 안정될 때까지 지원해 주는 사회연대은행의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 사업은 취약계층에게 무담보·무보증으로 소액의 돈을 대출해 빈곤 탈출과 경제적 자립을 돕는 것이다. 이렇게 창업은 저소득층 여성이 스스로 경제적 기반을 다질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3년부터 무담보 소액 대출 사업을 해 온 사회연대은행은 “지원자 66%가 여성일 만큼 여성 수요가 높다”고 밝혔다. 최근 <여성연구>에 실린 ‘빈곤 여성의 자영 창업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 요인 연구’는 463명을 조사한 결과 “자영 창업을 통한 소득증대 효과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날 뿐 아니라, 여성들은 자영 창업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더 낫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사회연대은행 말고도 아름다운 재단, 신나는 조합 등 시민단체들은 물론, 노동부 등 정부가 창업 자금을 저소득층 여성에게 지원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세 딸을 혼자서 키우는 이유미(39)씨도 올해 창업의 첫발을 뗐다. 지난 7월 한국여성재단의 ‘여성 가장 긴급 자금 지원 사업’에 지원해 대출받은 500만원에 자기 돈을 보태 서울 구로구에 작은 사무실을 얻었다. 주문을 받아 가발을 제작하고 온라인으로 패션 가발을 파는 ‘가발 사업’을 꾸려갈 공간이다. 이혼하기 전 따 둔 미용 자격증이 실마리가 됐다고 했다. 미용실 아르바이트, 염색약 회사 상담직원 등으로 일하다, 맞춤 가발을 파는 회사에 취직해 낮에는 가발을 다듬고 밤에는 동대문 상가에서 패션 가발을 팔기도 했다. 불안정한 일자리들을 거치다 보니 ‘창업’ 꿈이 자라났다고 했다. 창업 교육 프로그램 등에 참여해 실력을 가다듬으며 자신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가발 사업’을 창업 아이템으로 정했다. “미용 기술이 있으니 가발을 직접 다듬을 수 있고, 패션 가발의 유통경로도 잘 알고 있어요. 잘 키워 나갈 자신이 있습니다.”
소액이라도 이자 부담 등이 덜한 창업 자금은 저소득층 여성들에겐 힘이 된다. 나아가 창업에 뛰어드는 이들의 실패 확률을 줄일 사전·사후 지원체계도 더욱 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여성 창업자들은 말한다. 김씨는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 자금 지원만큼 절실하다”며 “꾸준히 받았던 창업 교육, 창업 뒤 이어진 경영 컨설팅,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는 정서적 지원 등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창업하려는 여성 가장이 당장의 생계 문제에 치여 제대로 창업 교육을 받지 못하는 일도 많다. 이씨는 “창업을 찬찬히 준비해야 하는데 그동안 닥칠 생계 걱정이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창업 뒤 폐업하는 비율이 40~50%로 높은 사업도 있다고 한다. 안준상 사회연대은행 간사는 “창업 성공률을 높이려면 자금 지원에 걸맞은 사전·사후 지원체계 구축, 당장의 생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사회적 일자리 제공 등 사회 안전망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저소득 싱글맘 가장들
충분한 준비로 ‘경제적 자립’
“창업 성공률 더 높이려면
지속적 교육 뒷받침돼야” 홀로 두 딸을 키우는 김옥연(53)씨는 서울 왕십리에서 3년째 곱창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남편이 병마로 세상을 등진 뒤 4년 동안 산모 도우미로 일했지만 월 90만원 가량인 수입은 세 식구에게 빠듯했다고 했다. ‘사업을 해 볼까?’ 주말마다 시장조사를 나가며 창업을 꿈꿨다. 2005년 사회연대은행과의 만남은, 김씨가 창업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사회연대은행은 여성 한부모 가장에게 창업 자금을 무담보·무보증·낮은 이자로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빌린 1500만원에 힘입어 가게를 인수한 것이다. 첫해엔 무척 고생했다고 했다. 경기가 안 좋으면 매상이 오르지 않는 업종인 탓이다. 두 딸도 가게 일을 거들었다. 그렇게 ‘숨 죽여 지낸’ 뒤로 지금은 조금이나마 안정을 찾아 한 달에 200만원 넘게 번다. “지금도 여유롭지는 않지만, 창업 이전보다는 꽤 안정된 것도 사실이에요.” 김씨는 창업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여성인데도, 무담보로 돈을 대출해 주고 경영이 안정될 때까지 지원해 주는 사회연대은행의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 사업은 취약계층에게 무담보·무보증으로 소액의 돈을 대출해 빈곤 탈출과 경제적 자립을 돕는 것이다. 이렇게 창업은 저소득층 여성이 스스로 경제적 기반을 다질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3년부터 무담보 소액 대출 사업을 해 온 사회연대은행은 “지원자 66%가 여성일 만큼 여성 수요가 높다”고 밝혔다. 최근 <여성연구>에 실린 ‘빈곤 여성의 자영 창업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 요인 연구’는 463명을 조사한 결과 “자영 창업을 통한 소득증대 효과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날 뿐 아니라, 여성들은 자영 창업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더 낫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사회연대은행 말고도 아름다운 재단, 신나는 조합 등 시민단체들은 물론, 노동부 등 정부가 창업 자금을 저소득층 여성에게 지원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세 딸을 혼자서 키우는 이유미(39)씨도 올해 창업의 첫발을 뗐다. 지난 7월 한국여성재단의 ‘여성 가장 긴급 자금 지원 사업’에 지원해 대출받은 500만원에 자기 돈을 보태 서울 구로구에 작은 사무실을 얻었다. 주문을 받아 가발을 제작하고 온라인으로 패션 가발을 파는 ‘가발 사업’을 꾸려갈 공간이다. 이혼하기 전 따 둔 미용 자격증이 실마리가 됐다고 했다. 미용실 아르바이트, 염색약 회사 상담직원 등으로 일하다, 맞춤 가발을 파는 회사에 취직해 낮에는 가발을 다듬고 밤에는 동대문 상가에서 패션 가발을 팔기도 했다. 불안정한 일자리들을 거치다 보니 ‘창업’ 꿈이 자라났다고 했다. 창업 교육 프로그램 등에 참여해 실력을 가다듬으며 자신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가발 사업’을 창업 아이템으로 정했다. “미용 기술이 있으니 가발을 직접 다듬을 수 있고, 패션 가발의 유통경로도 잘 알고 있어요. 잘 키워 나갈 자신이 있습니다.”
소액이라도 이자 부담 등이 덜한 창업 자금은 저소득층 여성들에겐 힘이 된다. 나아가 창업에 뛰어드는 이들의 실패 확률을 줄일 사전·사후 지원체계도 더욱 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여성 창업자들은 말한다. 김씨는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 자금 지원만큼 절실하다”며 “꾸준히 받았던 창업 교육, 창업 뒤 이어진 경영 컨설팅,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는 정서적 지원 등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창업하려는 여성 가장이 당장의 생계 문제에 치여 제대로 창업 교육을 받지 못하는 일도 많다. 이씨는 “창업을 찬찬히 준비해야 하는데 그동안 닥칠 생계 걱정이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창업 뒤 폐업하는 비율이 40~50%로 높은 사업도 있다고 한다. 안준상 사회연대은행 간사는 “창업 성공률을 높이려면 자금 지원에 걸맞은 사전·사후 지원체계 구축, 당장의 생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사회적 일자리 제공 등 사회 안전망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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