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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친권은 무한 권리인가, 통제가능 권리인가

등록 2008-11-19 19:40

조성민씨와 고 최진실씨 유족간의 친권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부모 자녀를 걱정하는 진실모임(가칭)'의 손숙, 오한숙희, 허수경, 오성근, 김부선씨(오른쪽 두번째부터) 등이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조씨의 친권 회복을 반대하고 현행 친권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조성민씨와 고 최진실씨 유족간의 친권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부모 자녀를 걱정하는 진실모임(가칭)'의 손숙, 오한숙희, 허수경, 오성근, 김부선씨(오른쪽 두번째부터) 등이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조씨의 친권 회복을 반대하고 현행 친권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혼뒤 부모 한사람 사망땐 친권 자동부활
상속재산 등 놓고 다툼…권한남용 소지 커
‘위탁부모’는 양육에 필요한 권리 없어 불편
■ 친권이 있다, 그러나 키울 의지는? 김경희(가명)씨는 이혼 뒤 12년 동안 어머니와 함께 딸을 돌보다 2년 전 세상을 떠났다. 그러자 그동안 연락도 없던 전 남편이 나타나 딸을 데려갔다. 보험금 등에 욕심이 있어 보였지만, 김씨의 가족들이 친권자인 그를 제지할 수는 없었다. 김씨의 여동생은 “가끔 만나는 조카는 다시 데려가 달라고 울기만 한다”며 “제대로 키우지 않는 아버지에게 무슨 친권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낭비벽 심한 아내가 집을 나간 뒤 1년 넘게 홀로 딸을 키우던 박성화(가명)씨는 2년 전 심한 스트레스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직 이혼하지 않았던 아내가 딸을 데려갔더니 아이를 친정에 맡긴 채 다른 남자와 동거 중이라고 한다. 박씨 가족들은 “재산의 반은 딸에게, 나머지 반은 누나에게 넘긴다”는 박씨의 유서를 근거로 아내가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법적 대응을 강구하고 있다.

■ 아이를 키우는데, 권리는 없다 대한입양홍보회 이사인 한연희씨는 1999년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김준호·윤호(가명) 형제의 ‘위탁부모’가 됐다. 김씨 형제의 친권자인 아버지가 반대해 입양은 할 수 없었지만, 돌보기로 한 것이다. 그 뒤 아버지와 연락이 닿지 않아 형제는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한씨 집에서 자라 왔다. 하지만 친권자가 아닌 한씨가 이들을 키우는 데에는 불편이 많았다. 아이들 앞으로 통장을 만들어 줄 수도, 여권을 만들어 줄 수도 없었다. 최근 여권을 만들려고 가까스로 아버지와 연락이 닿은 뒤에는 아이들이 “아버지가 우릴 데려가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 한다고 했다. 한씨는 “친권자는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집을 나간 자녀 대신 손자녀를 키우는 조손가정, 친권이 다른 한쪽 부모에게 있는 한부모 가정, 부모가 아닌 친족이 아이를 키우는 가정 등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 친권 문제로 방치되는 아이들 2007년 현재 전국 270여곳의 아동복지시설에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어린이 1만8천여명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설장은 이들의 ‘후견인’이 돼 필요한 조처를 하는 것이 원칙인데, 친권자가 아이를 맡긴 뒤 연락이 끊어지면 입양처럼 친권자 동의가 꼭 필요한 조처들을 할 수 없다. 대한사회복지회는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있어도 친권자 동의를 받을 수 없어 입양을 보내지 못하는 때도 많다”고 밝혔다. 그래서 입양 적령기를 놓친 채 어른이 될 때까지 보호시설에서 지내는 아이들도 있다.

이와 반대로, 가정폭력·알코올 중독 등으로 아이를 학대하거나 방치할 가능성이 높은 부모라도 친권자로서 원한다면 시설에서 보호받던 아이가 돌아가야 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김영희 경기북부아동일시보호소 사무국장은 “아이가 가기 싫어해도 친권자가 원하면 어쩔 수가 없다”며 “아이를 위해 법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고 최진실씨의 전 남편 조성민씨에게 두 자녀의 친권이 자동 부활된 것을 계기로, 현행 친권제도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를 위한 결론’을 끌어내야 한다는 원칙을 전제로, 논점은 △부모의 친권에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느냐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는 어떤 권리를 가질 수 있느냐, 두 가지로 좁혀진다.

‘친권은 천부의 권리’라며 국가와 사회의 개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친권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인정하고 있다. 아동복지법 제12조은 “친권 남용 등의 사유로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법원에 친권 제한·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친권자와의 법률 분쟁 부담 때문에 국가가 개입하는 일은 드물다. 홍창우 가정법원 공보판사는 “친권 남용을 막을 법적 수단이 있는데 많이 활용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친권에 대한 국가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상용 중앙대 교수(법학)는 “친부모라고 무조건 친권을 인정할 것이 아니라 친권 심사제도 등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폭넓은 권리인 친권을 잘게 잘라서 판단하자는 견해도 있다. 권정순 변호사는 “재산을 관리할 권리, 교육에 관한 권리 등으로 친권을 세분해, 부모와 양육자가 협의해 분담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조성민씨의 경우라면, 재산관리권만을 떼어내 최씨의 어머니와 협의해 결정한다든가 하는 식이다. 이은정 경북대 교수(법학)는 “친권자가 아닌 양육자에게도 아이를 키울 때 필요한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권 자동 부활의 문제점을 10년 전 제기했던 김상용 교수는 “친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위한 국가의 구실은 10년 동안 발전한 것이 없다”며 “이번에 사회적 논의를 거쳐 친권제도의 맹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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