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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성추행 교장 복직 ‘씁쓸’

등록 2009-01-28 18:38수정 2009-01-29 14:21

우효경/칼럼니스트
우효경/칼럼니스트
2050 여성살이/

여교사 성추행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다시 교장으로 복직해 학생들의 집단 수업거부 사태까지 빚은 충북의 한 중학교 교장이 직위해제된 지 석 달 만에 다시 교육연구관으로 복직했다고 한다. “특별 연구과제를 무난히 수행했고, 직위해제 시한이 만료돼 복직시킨다”는 해당 기관의 궁색한 변명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대체 어떤 ‘특별’한 연구과제를 수행하셨길래 이런 사람이 다시 교육자가 될 수 있을까?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것은 내 학창 시절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좋은 선생님들도 많으셨지만 개중에는 선생님이란 호칭이 아까웠던 분들도 종종 계셨다. 중학교 시절 한 남자 선생님은 단지 ‘귀엽다’는 이유로 우리들의 엉덩이를 툭툭 치거나 어깨를 만졌다. 특히 한 친구는 집중적으로 그의 총애(?)를 받았는데 노골적으로 뺨을 만지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의 무릎 위에 앉으라고 요구하는 등 지금 생각하면 성희롱이 분명한 행위가 수업 시간마다 일어났다.

모두 그 선생님을 혐오했고 그 수업 시간을 싫어했지만 정작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되는’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후에 누군가가 그 사실을 부모님께 이야기해서 학교에서 알게 된 뒤에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가벼운 훈계를 들었을 뿐이고 똑같이 수업에 들어왔다. 변한 것이 있다면 우리들의 엉덩이를 칠 때 “이러면 또 신고할라나?”라는 빈정거림을 더하게 되었다는 것.

나이가 들어 생각해 보면 우리는 정말 그 시절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참고 지냈다. 여자 친구들과 학창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하다 보면 한번쯤 ‘변태 선생님’에 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다니 정말 안타깝다. 백번 양보해서 나는 가해자가 과거의 ‘실수’를 진심으로 뉘우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이 남은 인생 동안 완전히 매장되는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을 ‘남의 모범이 되고 남을 가르쳐야 하는’ 교직에 복직시킨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따져도 말이 안 되는 일이 아닌가. 2년간의 악질적인 성추행이 고작 벌금형으로 끝난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충북도교육청은 왜 스스로 누구보다 존경받고 사랑받아야 할 선생님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며칠 전 충북도교육청에 남긴 그의 복직에 항의하는 내 글은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어느새 지워져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도대체 누구의 명예란 말인가.

우효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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