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운동사회 성폭력 사건 일지
운동사회 성폭력 문제가 드러나고 알려지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에 큰 관심을 모았던 여성주의가 운동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전에는 조직 안에서 묻히곤 했던 사건들이 점차 밖으로 드러나며 여론의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2000년 장원 전 녹색연합 사무처장의 성폭력 사건이 운동사회 안 사건으로는 처음 충격을 줬다. 주목받는 시민운동가였던 그는 자신을 흠모해 출장지까지 찾아온 대학생을 성추행해 물의를 빚었다. 이런 사실은 피해자의 문제 제기로 알려졌으며 결국 그는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시민운동에 타격을 주기 위한 음모’라는 등 근거 없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엔 여성 운동가들로 꾸려진 ‘100인 위원회’가 밝힌 17건의 성폭력 사건이 큰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00인 위원회는 2000년과 2001년 두 차례 노동조합 간부, 상급 노동단체 간부, 소설가 등 노동·시민운동 진영에서 이름이 알려진 인사 17명과 관련된 성폭력 사건을 가해자의 실명과 함께 공개했다. 어디까지 성폭력으로 규정할 것인지, 실명 공개는 온당한지 등을 둘러싸고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한 인사는 100인 위원회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가 판결 선고 7일 전에 취하하기도 했다.
지금은 폐간한 <시민의 신문> 이형모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도 파문을 일으켰다. 2006년 이 전 대표가 여성 직원 여러 명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내부 직원들의 문제 제기로 외부에 알려진 이 사건은 이 전 대표가 공식 사과하고 대표직을 내놓으며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관련 사실을 보도한 언론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문제를 제기한 직원들과 이 전 대표를 비호하는 시민사회단체 원로들이 갈등을 빚는 등 논란이 확산됐다. 이 전 대표는 다른 기관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시민의 신문>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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