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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이사람] 우울증 다스린 ‘보약 같은 글쓰기’

등록 2009-03-02 18:24수정 2009-03-02 19:56

환갑에 시인 등단한 주부 최현숙씨
환갑에 시인 등단한 주부 최현숙씨
환갑에 시인 등단한 주부 최현숙씨
남편의 실직과 사망으로 우울증까지 겪으며 생업전선에 뛰어든 60대 억척 주부가 시인으로 등단했다.

어머니·남편 잃은 충격 극복
“남은 삶도 아름답고 뜻있게”

울산시 울주에 사는 올해 환갑의 최현숙(사진)씨는 지난 1월 버스 안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뛸 듯이 기뻤다. 큰아들의 권유로 응모한 <문학저널> 신인문학상 공모에서 “시 부문 3명을 뽑았는데 당선됐다”는 소식이었다.

‘내 안에서 나를 찾는다’ ‘고슴도치 사랑’ ‘하얀 카네이션’ 등 <문학저널> 2월호에 실린 최씨의 당선작 3편은 평소 생활 속에서 겪은 애환과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최씨는 체계적인 글쓰기 교육을 받진 못했지만 생활 속에서 스스로 글솜씨를 익혔다. 30~40대에 수예점을 경영했던 그는 하루 종일 뜨개질을 하며 라디오에서 여성들의 사연을 들을 때마다 글을 쓰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한두 차례 적어 보낸 글이 방송에서 소개되거나 당선되면서 지역신문과 입소문을 통해 글솜씨가 알려지더니 <전설의 고향> 작가로부터 체계적으로 습작을 해보자는 제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먹고 살기 바빠 전문 작가의 길을 포기한 그는 수예점을 접고 레스토랑에 이어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지금까지 틈날 때마다 책을 읽고 떠오르는 영감을 종이나 달력에 적어왔다.


그는 오는 10일 저녁 7시 울산문화예술회관 2층 회의실에서 자전적 소설 <좋은 날의 일기> 출판기념회도 연다. 최씨는 1996년 친정 어머니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면서 큰 충격에 빠졌다. 이듬해 외환위기가 닥쳐 남편이 실직하면서 우울증이 왔다. 2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우울증은 심해졌다.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일부러 파출부로 나서기도 했지만 쉽게 낫지 않았다. “제작년 홀로 산책을 하다가 문득 내 삶을 소설로 쓰고 싶어졌어요. 부끄러운 내 얘기를 책으로 펴내는 것이 우울증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밤낮으로 써내려갔지요.”

7개월 만에 탈고를 했지만 출판을 망설였던 그는 “지난해 12월 수료한 울산대 평생교육원 시창작과 지도교수 두 분이 큰 용기를 주셨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금 내게 글은 남은 삶을 의미 있고 아름답게 보낼 수 있도록 만드는 원동력”이라며 “글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지만 시집과 수필집도 한 번 내보고 싶다”며 의욕을 다졌다.

울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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