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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분장실 강선생’의 신선한 바람

등록 2009-04-22 20:35수정 2009-04-22 22:54

우효경/칼럼니스트
우효경/칼럼니스트
2050 여성살이 /

사람을 웃긴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입을 벌리고 개그 프로그램을 보며 깔깔대며 웃는 것은, 일상에 지치고 뉴스에 짜증난 사람들에게 작은 낙임에 틀림없다. 나 역시 꽤 자주 개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편인데, 요즘 가장 즐겨보는 코너는 두 여성 콤비의 개그가 돋보이는 ‘분장실의 강선생님’이다. 이 코너는 분장실을 배경으로 여배우들 사이의 위계질서와 서열을 소재로 다룬다.

특히 온갖 사소한 일에 “우리 땐 생각도 못 한 일이었어, 이것들아!”를 외치며 분장실의 후배들을 구박하는 안영미는 웃음을 자아낸다. 어느 집단에나 있을 법한, 후배들에게는 권위적이지만 선배에게는 굽실거리는 캐릭터다. 여성 개그맨을 많이 찾아보기 힘든 개그계에서 여성들끼리 코너를 꾸려가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지만, 여성 비하적인 개그 문화를 거부하고 군대와 같은 남성 조직 문화를 완벽하게 패러디한다는 측면에서 통쾌하다.

이 코너를 보기 전까지 종종 개그 프로그램이 여성을 다루는 방식에 불쾌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니까 ‘사람이 못생겼다는 것이 그렇게까지 재미있는 일이야?’라는 의문이 들었다. 사실 코미디는 못생긴 외모가 각광을 받고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그는 그 사람의 외모를 비하하고 조롱해서 웃음을 이끌어낸다. 특히 여성 코미디언들의 외모와 몸매는, ‘도대체 자기들은 거울이나 본 적이 있는 건가’ 싶은 남성 코미디언들로부터 조롱과 비아냥거림을 받는다.(물론 잘생기면 그래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예쁜’ 여자와 ‘못생긴’ 여자를 함께 등장시켜 놓고 비교하며, 못생긴 여자가 열등감에 빠져 날뛰는 것을 보고 비웃는 것은 어느 개그 프로에나 물론 꼭 있는 코너다. 문제는 이 식상한 패턴이 딱히 재미있지도 않을뿐더러, 여성 시청자들 처지에서는 불쾌감만 자아낼 뿐이라는 사실이다. 김태희쯤은 돼야 어디에서도 꼬투리를 잡히지 않을 정도의 미인이라 인정받는 대한민국에서, 다른 여성의 외모를 두고 마음 편히 깔깔 웃을 수 있는 여자들이 많을 거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쨌든 데뷔 때부터 은근히 응원을 보냈던 팬으로서 나는 끼가 넘치고 끝내주게 웃기는 여성들의 성공이 아주 기쁘다. 앞으로도 그녀들이 마음껏 스스로 망가질지언정 여성 비하와 조롱의 대상으로 소진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 땐 생각도 못했던’ 일들이 많이 벌어졌으면 좋겠다.

우효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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