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의무 공천할당제 영향 분석
실효 높일 대책·여성 정치교육 보완돼야 성공
실효 높일 대책·여성 정치교육 보완돼야 성공
기초·광역의원 공천 때 국회의원 선거구마다 반드시 여성 1명 이상을 포함하도록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여성 지방의원 비율이 크게 늘어나 20~25%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에서 뛰는 ‘현장형 여성정치인’이 늘어날 수 있는 법적 틀을 갖춘 것을 계기로 풀뿌리 지역정치의 변화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 여성에게 지역정치 문호 확대 국회 입법조사처는 5일 ‘여성후보 공천 할당제의 실효성 확보’란 보고서를 내 “개정된 선거법은 여성 후보의 공천 비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현재 지방의회(비례·지역구 포함) 여성의원 비율에서 8~10%포인트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광역의원 12%, 기초의원 15%인 여성 지방의원 비율이 20~25% 안팎으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앞서 여야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여성을 1명 이상 공천하는 할당 규정을 위반한 선거구에선 해당 지역 후보자 등록을 모두 무효화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후보가 충분하지 않은 군소정당을 배려해, 후보 정수의 절반 미만을 추천한 정당은 예외로 뒀다. 가령 특정 정당이 ㄱ(국회의원) 선거구에서 광역의원 2명, 기초의원 3명을 공천할 경우 5명 중 1명은 반드시 여성을 공천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후보자 5명의 등록이 모두 취소된다. 그러나 후보를 2명 이하로 낸 정당은 상관없다. 기존 공직선거법은 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원 공천 때 여성을 30% 이상 공천하도록 했으나 ‘권고 규정’에 불과해 법적 제재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강제 규정으로 바뀌면서 지역구에서 활동하는 여성이 늘어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숫자로 보면 이런 변화는 좀더 실감이 난다. 민주당이 개정 선거법에 따라 계산한 수치를 보면, 주요 정당은 여성을 각각 214명가량 의무적으로 공천하게 된다. 2006년 5·31 지방선거 때는 각 정당의 여성 후보를 모두 합친 수가 광역 지역구 107명, 기초 지역구 391명이었다. 이 중 당선된 지역구 여성 정치인은 광역 31명, 기초 107명이었다. 후보 중 절반 이상을 여성에게 할당하는 비례대표까지 포함한다고 해도, 당선된 여성 광역의원은 12%, 여성 기초의원은 15%에 불과했다.
■ 기대와 우려 지역에선 이런 제도 변화가 피부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한 여성 보좌관은 “정치에 관심 있는 여성 동료들이 적극적으로 지방선거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성 할당제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좀더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옥주 민주당 여성국장은 “지역구에서 복수 공천을 할 경우 남성은 앞번호, 여성은 뒷번호를 준다면 법 위반을 하지 않고도 남성 당선 비율을 높일 수 있다”며 “이를 법으로 막는 것이 어려우면 각 정당들은 당헌·당규에서 관련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의 확대와 함께 질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현희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여성들이 지역정치에 많이 진출할 경우 주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생활정치가 더 활성화될 수 있지만, 정치권과 가까운 관변단체·직능단체 여성들이 우선적으로 공천을 받을 경우 남성 위주의 정치와 별 차이점이 없을 것”이라며 “지역정치를 교육받고 경험한 여성들이 정치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김지은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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