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참여 문두드림서 이젠 운전석 앉아야”
대안없는 학술행사 등 실천문제 한계 지적도 “인류를 짓누르는 군사주의, 근본주의의 전지구화에 동의할 수 없다. 여성주의 리더십으로 지구를 구할 대안을 찾자.”(메리 하트먼) ‘경계를 넘어서’란 주제로 19일부터 24일까지 열린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의 마지막 총회는 ‘여성이 리더로 나서자’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대회 첫날 거트루드 몽겔라 범아프리카 의회 의장이 제안한 ‘여성지도자론’에 대한 답변이기도 했다. 몽겔라 의장은 19일 기조연설에서 “여성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려고 문만 두드릴 것이 아니라 운전석에 앉아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총 2080여개의 다양한 논문이 발표돼 물량면에서는 가히 세계적인 규모의 행사였다. 참가인원 가운데 아시아계가 70%를 차지해 서구에서 시작한 여성학이 아시아로 번져가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은 공동학술위원장(동국대 사회학과 교수)은 “이론과 실천의 양면을 강조해 여성학이 강단에서 생활로 들어갈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전세계에서 온 여성학자 100여명은 22일 ‘군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수요시위에 참석해 눈물을 쏟기도 했다. ‘강단의 여성학’이 거리로 나간 순간이었다. 24일 대회 마지막날 ‘여성주의 리더십’ 총회에서 메리 하트먼 교수(미국 럿거스 대학)는 “인류역사를 통틀어 여성은 대가족 제도에서 늘 지도자 구실을 맡아왔다”며 “여성적 리더십으로 합의된 대안과 비전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경화 유엔 한국대표부 장관 고문(전 유엔여성지위위원회 의장)은 ‘베이징 이후 10년을 이끌어 온 정부에서의 여성들’이란 주제 발표에서 “유엔 창립 60돌을 맞아 사무총장 선언문에 양성평등의 문제가 빠진 것이 유감”이라며 10년 전 양성평등의 주류화를 규정한 베이징 행동강령의 이행을 촉구했다. 강 고문은 “정부간 협상을 주로 하는 유엔에서 조화와 협력의 능력이 뛰어난 여성들이 많이 채용돼야 하며, 조만간 여성 유엔 사무총장도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라 히로코 교수(일본 조사이대)는 인류의 위협에 맞서는 여성의 힘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를 비판하며 “헌법이 무력화와 무장화를 규제하고 있는데도 일본 정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세계적 여성 커뮤니티 형성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세계여성학대회는 학술행사라는 틀에 갇혀 대안 마련에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만에서 온 한 참가자는 “이번 대회에서 대외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며 “군대위안부에 대한 사과를 일본 정부에 촉구하는 편지를 보내는 등 여성들의 목소리를 내 인권침해 상황을 극복하고 행동을 조직하는 것이야말로 여성주의 리더십의 발휘라고 생각한다”고 아쉬워했다.
2008년 차기 세계여성학대회는 스페인에서 열리며 주제는 ‘일하는 여성들’이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대안없는 학술행사 등 실천문제 한계 지적도 “인류를 짓누르는 군사주의, 근본주의의 전지구화에 동의할 수 없다. 여성주의 리더십으로 지구를 구할 대안을 찾자.”(메리 하트먼) ‘경계를 넘어서’란 주제로 19일부터 24일까지 열린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의 마지막 총회는 ‘여성이 리더로 나서자’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대회 첫날 거트루드 몽겔라 범아프리카 의회 의장이 제안한 ‘여성지도자론’에 대한 답변이기도 했다. 몽겔라 의장은 19일 기조연설에서 “여성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려고 문만 두드릴 것이 아니라 운전석에 앉아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총 2080여개의 다양한 논문이 발표돼 물량면에서는 가히 세계적인 규모의 행사였다. 참가인원 가운데 아시아계가 70%를 차지해 서구에서 시작한 여성학이 아시아로 번져가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은 공동학술위원장(동국대 사회학과 교수)은 “이론과 실천의 양면을 강조해 여성학이 강단에서 생활로 들어갈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전세계에서 온 여성학자 100여명은 22일 ‘군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수요시위에 참석해 눈물을 쏟기도 했다. ‘강단의 여성학’이 거리로 나간 순간이었다. 24일 대회 마지막날 ‘여성주의 리더십’ 총회에서 메리 하트먼 교수(미국 럿거스 대학)는 “인류역사를 통틀어 여성은 대가족 제도에서 늘 지도자 구실을 맡아왔다”며 “여성적 리더십으로 합의된 대안과 비전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경화 유엔 한국대표부 장관 고문(전 유엔여성지위위원회 의장)은 ‘베이징 이후 10년을 이끌어 온 정부에서의 여성들’이란 주제 발표에서 “유엔 창립 60돌을 맞아 사무총장 선언문에 양성평등의 문제가 빠진 것이 유감”이라며 10년 전 양성평등의 주류화를 규정한 베이징 행동강령의 이행을 촉구했다. 강 고문은 “정부간 협상을 주로 하는 유엔에서 조화와 협력의 능력이 뛰어난 여성들이 많이 채용돼야 하며, 조만간 여성 유엔 사무총장도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라 히로코 교수(일본 조사이대)는 인류의 위협에 맞서는 여성의 힘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를 비판하며 “헌법이 무력화와 무장화를 규제하고 있는데도 일본 정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세계적 여성 커뮤니티 형성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세계여성학대회는 학술행사라는 틀에 갇혀 대안 마련에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만에서 온 한 참가자는 “이번 대회에서 대외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며 “군대위안부에 대한 사과를 일본 정부에 촉구하는 편지를 보내는 등 여성들의 목소리를 내 인권침해 상황을 극복하고 행동을 조직하는 것이야말로 여성주의 리더십의 발휘라고 생각한다”고 아쉬워했다.
2008년 차기 세계여성학대회는 스페인에서 열리며 주제는 ‘일하는 여성들’이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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