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자(87)씨
4년째 기부 이어가는 위안부 할머니 황금자씨
13살 간도 끌려가 고통의 세월
맺힌 ‘한’만큼 힘든 학생에 애착
홀로 기초생활 수급비 등 모아
사회복지사 권유로 기부 시작 일제시대 위안부로 끌려가 고초를 겪은 할머니가 정부 지원금을 쓰지 않고 모아, 4년간 모두 1억원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는 “최근 등촌동에 사는 황금자(87·사진)씨가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와 일본군 위안부 생활안정지원금을 절약해 모은 돈 3천만원을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기탁했다”며 “지난 2006년에 4천만원, 2008년에도 3천만원을 기부했다”고 24일 밝혔다. 황 할머니는 13살 때 길을 가다 일본 순사에게 붙잡혀 간도 지방으로 끌려갔다가, 광복 뒤 고국에 돌아와 길에서 떠도는 아이를 양녀로 삼고 키웠다. 그러나 아이가 10살 때 죽는 바람에 다시 혼자가 됐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살고 있는 황 할머니는 정부로부터 매달 100만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지만 거의 쓰지 않고 통장에 그대로 쌓아둔다고 한다. 추운 겨울에도 웬만해선 보일러를 틀지 않을 정도로 난방비를 아끼며, 점심은 인근 복지관에서 해결한다. 지난해까지는 폐지를 수집해 돈을 벌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몸이 불편해져 그만두고 집에서 요양하고 있다. 할머니가 평소 모은 돈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지역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한 사회복지사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젊었을 때 겪었던 고통으로 갖가지 후유증을 앓고 있던 할머니는 2003년 동사무소에서 한 사회복지사를 만나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으면서 가까워졌다. 의지할 곳이 없던 할머니는 이 사회복지사에게 자신이 모은 돈을 물려주고 싶다고 했고, 복지사는 본인 좋은 일에 쓰라고 권유했다. 결국 고민 끝에 그는 지역의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황 할머니가 기탁한 1억원은 강서구장학회에서 맡고 있으며,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 수입으로 해마다 어려운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종석 강서구 교육지원과장은 “황 할머니는 그동안 가슴에 맺힌 사연만큼이나 어려운 학생들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며 “자신이 쓸 것을 아껴 남에게 나눠주는 할머니가 요즘 같이 힘든 시기에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사진 강서구청 제공
맺힌 ‘한’만큼 힘든 학생에 애착
홀로 기초생활 수급비 등 모아
사회복지사 권유로 기부 시작 일제시대 위안부로 끌려가 고초를 겪은 할머니가 정부 지원금을 쓰지 않고 모아, 4년간 모두 1억원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는 “최근 등촌동에 사는 황금자(87·사진)씨가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와 일본군 위안부 생활안정지원금을 절약해 모은 돈 3천만원을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기탁했다”며 “지난 2006년에 4천만원, 2008년에도 3천만원을 기부했다”고 24일 밝혔다. 황 할머니는 13살 때 길을 가다 일본 순사에게 붙잡혀 간도 지방으로 끌려갔다가, 광복 뒤 고국에 돌아와 길에서 떠도는 아이를 양녀로 삼고 키웠다. 그러나 아이가 10살 때 죽는 바람에 다시 혼자가 됐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살고 있는 황 할머니는 정부로부터 매달 100만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지만 거의 쓰지 않고 통장에 그대로 쌓아둔다고 한다. 추운 겨울에도 웬만해선 보일러를 틀지 않을 정도로 난방비를 아끼며, 점심은 인근 복지관에서 해결한다. 지난해까지는 폐지를 수집해 돈을 벌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몸이 불편해져 그만두고 집에서 요양하고 있다. 할머니가 평소 모은 돈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지역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한 사회복지사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젊었을 때 겪었던 고통으로 갖가지 후유증을 앓고 있던 할머니는 2003년 동사무소에서 한 사회복지사를 만나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으면서 가까워졌다. 의지할 곳이 없던 할머니는 이 사회복지사에게 자신이 모은 돈을 물려주고 싶다고 했고, 복지사는 본인 좋은 일에 쓰라고 권유했다. 결국 고민 끝에 그는 지역의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황 할머니가 기탁한 1억원은 강서구장학회에서 맡고 있으며,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 수입으로 해마다 어려운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종석 강서구 교육지원과장은 “황 할머니는 그동안 가슴에 맺힌 사연만큼이나 어려운 학생들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며 “자신이 쓸 것을 아껴 남에게 나눠주는 할머니가 요즘 같이 힘든 시기에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사진 강서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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