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화양동에서 이웃으로 지낸 인연으로 평소 친했던 리영희 선생 부부와 김은숙씨가 2008년무렵 함께 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은숙·임수경·유시춘씨·고 리영희 선생과 부인 윤영자씨. 임수경씨 제공
암투병 ‘부미방 사건’ 주역…고은 시인 등 참여
“시대가 함께 해야 할 아픔인데 개인의 불행이 되는 게 안타깝습니다.”
임수경씨가 말기 암으로 투병중인 김은숙(52)씨를 응원하는 ‘김은숙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마련한 이유다. 5일 저녁 7시 서울 면목동 녹색병원 1층 로비에서 열리는 이 음악회에는 작가회의를 비롯 고은 시인·함세웅 신부 등 각계 인사들이 참여한다. 임씨는 직접 사회를 맡았다.
김씨는 1982년 3월18일 문부식·김현장씨 등 부산 지역 대학생들과 함께,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에 미국이 침묵한 데 항의하며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 사건(부미방)을 일으켰던 주역이다. 그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감형돼 5년8개월간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했다. 이후 두 딸을 홀로 키우며 ‘김백리’라는 필명으로 소설과 20여권의 번역서를 펴냈다. 지난해 말 별세한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의 집필 작업을 돕기도 했고, 서울 평화시장의 노동자 자녀들을 돌봐주는 ‘참 신나는 학교’에서 봉사활동도 해왔다.
김씨와 자매처럼 가깝게 지내온 임씨는 그가 지난해 8월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듣고 “김은숙을 알리고 당신의 삶이 값지고 외롭지 않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 음악회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지난 3일 녹색병원을 찾은 임씨는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김씨의 당부를 받았다. 환자인 자신을 위로한다며 어두운 분위기를 만들지 말고 밝게 해달라는 얘기였다.
고은 시인의 시 낭송, 유시춘씨의 ‘부미방 사건의 역사적 의의’ 소개, 한겨레평화의나무합창단의 공연 등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임씨는 “음악회에는 80년대 메아리, 새벽 등 노래패와 한총련 세대부터 촛불 시민 등 30년 정도를 아우르는 세대가 모일 것”이라며 “독재정권의 만행 속에 침묵을 뚫고 불의에 저항하던 사람이 냉대받으면 누가 정의를 위해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임씨가 트위터에 김씨를 위한 후원계좌를 만든 사실을 알리자, 배우 문성근씨·조국 서울대 교수·소설가 공지영씨를 비롯 익명의 누리꾼들이 후원금을 보태 나흘만에 3700만원이 모였다. 김은숙씨 후원 계좌(농협 302-0378-0560-01 임수경).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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