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현대차공장 사내하도급업체 성희롱 피해자 박아무개씨(46)씨
현대차 하청 성희롱 피해여성 농성장 석달만에 강제철거
신체접촉 등 소장의 성적 괴롭힘
인권위 진정 뒤 해고·회사 폐업
“손잡고 위로라도 할줄 알았는데”
신체접촉 등 소장의 성적 괴롭힘
인권위 진정 뒤 해고·회사 폐업
“손잡고 위로라도 할줄 알았는데”
“여성부 장관이 해결은 못해도, 손 잡고 위로라도 해줄 줄 알았어요.”
서울 청계천로 여성가족부 앞에서 농성중인 아산 현대차공장 사내하도급업체 성희롱 피해자 박아무개씨(46·사진)씨는 담담하게 말했다. 오는 9일이면 100일째다.
지난 2일 오전, 그가 집 삼아 지내온 텐트 두동은 여성부가 입주한 건물 관리사무소에서 고용한 용역 30여명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경찰을 대동한 24명의 중구청 철거반원(가로정비단속반)들도 들이닥쳤다. 집회 신고를 하고 박씨와 함께 해온 민주노총 여성위원장 등 여성 3명과 길가던 시민들이 항의했지만 수십명 남자들의 완력을 당해낼 수 없었다. “미관을 해친다며 계속 나가라고 했었어요.”
박씨는 14년간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일했다. 그 사이 그를 고용한 하청업체는 7번이나 바뀌었지만, 초기 3년 동안은 월차 한번 내지 않았다. 2004년 이혼 뒤엔 홀로 아이들을 키워야 했던 그에겐 말그대로 생업이었다.
그런데 2009년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이 시작됐다. 한밤중에 소장이 “너희 집에 가서 자고 싶다”는 전화를 하고, 조장도 문자 등으로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면서 몸을 어루만지고 괴롭혔다. 이를 동료에게 알리자, 회사는 박씨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사내 질서를 어지럽혀 ‘사회통념’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하자 결국 징계해고를 시켰다. 하청업체는 11월 폐업신고를 하고 가해자와 다른 직원들만 고용승계했다. 올 1월 인권위는 성희롱과 고용상불이익을 인정해 1800만원의 배상권고를 했다.
“사과도 없고 권고 이행도 안 했어요. 현대차는 본사와 무관하다 하고, 고용노동부는 구제신청을 하라고 했는데 하청업체가 폐업했으니 방법이 없고, 여성가족부는 장관이 힘도 없고, 성희롱 예방교육 권한만 있다고 발뺌했어요.”
여성부는 그에게 마지막 ‘지푸라기’였다. 아산 공장 앞에선 시위를 하다 쫓겨나는 과정에서 전치 4주 부상을 입기도 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은 회사에서 먼저 집회신청을 해놓아 접근조차 못했다. 서초서 앞에서 농성을 하다 다시 여성가족부로 옮겨온 것이 지난 6월이었다. 모두 합해 꼬박 1년이다.
“가해자 처벌, 원직복직 해달라는 게 요구사항이에요. 마지막으로 찾아온 여성부마저 나몰라라 한다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성희롱 당하고 살아야 되는 건가요?”
여성부 관계자는 “건물주가 하수구 공사를 한다더라”며 “우리로선 별 방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여성단체들은 5일 오전 이 사건에 대한 김금래 여성부장관 내정자의 방침을 묻는 기자회견을 연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여성부 관계자는 “건물주가 하수구 공사를 한다더라”며 “우리로선 별 방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여성단체들은 5일 오전 이 사건에 대한 김금래 여성부장관 내정자의 방침을 묻는 기자회견을 연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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