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여성노동자 노동 여건 자료: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민우회 설문 “시급 3천원대·하루 12시간 일해…성희롱도”
벨이 울리면 부리나케 뛰쳐나가야 한다. 시간 없다며 재촉하는 손님 앞에 음식을 냉큼 내가지 않으면 불호령과 욕설이 돌아온다.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하기도 한다.
“요즘 식당 아줌마들은 몸매 보고 뽑나봐.” 대거리를 할 수 없어 웃으면 등 뒤에 대고 내뱉는다. “헤프긴….” (한국여성민우회 ‘2011 식당여성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에서 발췌)
한국여성민우회가 전국 식당 여성노동자 297명을 대면 설문한 조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식당 여성노동자들 대다수가 하루 12시간 가까이 일하면서 성희롱에 시달리는 등 열악한 근무조건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제를 제외한 전일제 근무자의 하루 노동시간은 평균 11.6시간으로 조사됐다. 토요일 11.75시간, 일요일 11.67시간으로, 주말은 더 가혹한 노동에 내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쉴 틈도 없이 돌아가는 ‘전쟁 같은 일상’이지만 시간당 평균 임금은 3400~3800원에 그쳐 올해 최저임금 4320원을 밑돌았다.
노동 재생산에 필수적인 휴식시간도 부족했다. 월 휴일은 4회(43.4%)가 가장 많았고, 월2~3회가 각각 24.9%, 24.3%로 나타나 ‘주5일제’와 거리가 멀었다. 4대 보험 중 1개 이상 가입한 경우는 35%에 그쳤고, 화상 등을 입어도 치료는 자기 돈으로 한다는 대답(67.2%)이 대다수였다. 손님에게 겪는 힘든 점으로는 △무시·반말(27.3%) △재촉·잦은 벨(24.6%) △맛 타박(17.4%) △서비스 불평(11.8%) 차례였고, 성희롱이 2.2%였다.
한국여성민우회 최진협 팀장은 “식당 여성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밑도는 급여를 받으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서비스 강조보다 이런 문제의 개선이 더 시급하다”며 “손님들도 벨은 꼭 필요할 때만 누르는 등의 실천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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