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교육환경이 좋아지길 바란다는 김나탈리야씨. 김정임 작가
여성 사진가들이 담은 ‘결혼이주 여성 사진전’
여자, 여자를 만나다.
대한민국 최고의 여성 사진가들이 이주여성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8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정동갤러리에서 연 ‘결혼이주여성 사진전 꿈’은 문화세상이프토피아와 한국 여성사진가협회가 손잡고 기획했다. 협회 회원 33명이 각각 한명씩의 이주여성들을 모델로 사진작업한 결과물 50여점이 전시장 벽에 걸렸다.
문화세상 이프토피아 최인숙 대표는 “걱정이 많았지만, 혈통과 가문, 인종에 대한 수동적 시각이 능동적으로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기획했고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작업을 함께 한 이주여성들은 예쁘고, 활기에 넘쳤다. 대부분 베트남,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중국 등에서 한국에 일하러왔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했거나, 결혼과 함께 남편을 만나 한국에 온 사람들이다. 행복한 가정을 일구고 자신만의 꿈을 꾸며 살아가는 여성들도 이 대다수였지만, 누군가는 고국으로 돌아갔고, 누군가는 끝내 자신의 모습을 전시하길 거부했다.
다양한 삶의 궤적을 가진 이들이라 지금 살고 있는 모양새도 각각 달랐다. 4개국어에 능통한 필리핀 출신 크리스틴(44)은 ‘다문화축제’의 기획자로 활동하며 운동가로 상담사 교육과정을 듣고 있고, 사진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오우예민자우(27·베트남 출신)는 환상적인 머핀을 한옥란 작가에게 피사체로 제공했다. 번안(27·베트남 출신)은 선량한 남편과 자신과 남편을 꼭 반반씩 닮은 딸아이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한국에 거주한지 17년째 되는 안지현(웬티 녹안, 40·베트남 출신)씨는 봉제기술자로 한국에 왔다가 결혼했고, 앞으로 자신의 아들이 훌륭한 의사가 되었으며 하는 바람이다.
중국풍의 빨간 드레스를 입고 강가를 거닐며 포즈를 잡은 안순화(46)씨의 쓸쓸하면서도 화려한 모습은 다양하면서도 복잡한 이주여성들의 현실을 재현하고있다. 한국에 온 수만의 이주여성들 가운데는 단란한 가정을 꾸려 행복한 생활을 하는 이들도 물론 많지만, 한편에는 가정폭력으로 세상을 뜨거나 불화를 겪고 헤어진 뒤 불법체류자가 돼 가난에 시달리는 여성들도 있기 때문이다. 함께 사진작업에 참여한 최 대표는 “가정폭력으로 사망한 한 이주여성의 이야기도 계기가 됐다”면서 “이들이 결단력 있게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싶다”고 말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만난 여성작가들의 시선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그래서 ‘우리 안의 우리’를 발견하는 작업이었고, 작가와 이주여성 그리고 그의 가족들을 포함해 때론 고단하고 힘든 시간 속을 걸어가는 모두에게 바치는 위로의 잔이기도 했다.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문화세상 이프토피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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