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학원 강좌들 인기
철학 없는 교육 위기감 반영
엄마스펙 쌓기로 변질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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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짜리 딸을 둔 ‘직장 맘’ 박정은(35·서울 종로구 효자동)씨는 요즘 인문학에 푹 빠졌다. 직장을 다니면서 모유 수유까지 하고 있는 ‘열성 엄마’인 그는 “나와 아이에게 가장 편한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싶었다”고 했다. 한 달에 한 번 반차 휴가까지 내가며 인문학 공부를 하는 이유다.
최근 엄마들을 겨냥한 인문학 강좌가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박씨가 수강하는 ‘엄마를 위한 인문강좌’는 사회단체 ‘탁틴내일’이 여는 인문학 강의다. 지난달에는 <두려움 없이 엄마 되기>를 쓴 신순화씨가 강의했고, 이달엔 광우병의 위험성을 경고해온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과학시대의 생태적 사고’를 주제로 강의한다. 오는 10월까지 진행되는 이번 강좌의 강사진에는 <유전자 조작 밥상을 치워라>를 쓴 원광대 법학과 김은진 교수 등 내로라 하는 학자·전문가들이 포진돼 있다. 탁틴내일 김복남 소장은 “지나칠 정도로 교육열이 높은 상황에서 ‘엄마 철학’이 없으면 입시가 바뀔 때마다 ‘옆집 엄마’와 비교해가면서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헬리콥터 맘’(자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기획하는 엄마)이 아닌 ‘필로소퍼 맘’(철학자 엄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학원가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목동의 한 논술학원은 동네 엄마들을 대상으로 ‘엄마 학교’를 열었다. 논술 강사들이 각자 전공을 살려 공자·맹자 같은 고전부터 현진건·이상·채만식이 재현한 근대, 박완서의 산업사회와 성장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눈다. 이윤호 강사는 “논술을 지도하다보면 아이들이 가진 조급함 등이 아이들 자체보다 환경에서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강사들은 학원 강단의 한계를 극복하고 엄마들은 지적 성취를 이루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책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학부모들이 모여 강좌를 열기도 한다. 시민단체 ‘어린이책시민연대’는 5월부터 서울 성동구의 북카페 ‘소금꽃’에서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다. 철학자 윤구병씨를 필두로, 작가 서정오씨 등 매달 새로운 강사를 초청해 공부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어린이책시민연대 김옥주 광진지회 지회장은 “인문학이라는 것이 사람과 관련된 문화 이야기”라며 “아이들은 부모와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이기 때문에 부모가 철학적으로 육아와 교육을 성찰하지 않고는 대화나 소통을 제대로 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엄마 인문학’의 기획자들은 엄마에게 줏대나 철학이 없다면 육아·교육에서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연세대 문화학협동과정 나임윤경 교수는 “인문학은 우리의 삶의 조건을 분석하고 문제를 통찰력있게 보면서, 삶의 조건을 변화시킬 사유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어떤 상품이나 엄마로서 또 하나의 스펙이 되는 것을 경계하고, ‘교육 불가능’의 시대에 인문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이 시점에서 심도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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