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개발 원하는 현대인에 충고나 지적 대신
대화통해 ‘해답’ 스스로 찾게 도움줘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 나갈 힘은 누구에게나 있다.”
미국계 아랍인 명상가 다릴 앙카의 말이다. 너무도 당연한 듯 보이는 이 말이 오랫동안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건, 그만큼 사람들이 자신 안의 힘을 잊고 산다는 얘기의 반증일지도 모른다. 내 안의 문제와 해법은 늘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법이다. 단, 위기에 처했거나 아무리 생각해도 눈앞이 어두울 때, 해결책을 찾는 데 ‘길라잡이’ 구실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한번쯤 고려해볼 만하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여성공익포탈 위민넷(women-net.net)이 8월부터 시작한 라이프 코칭은 이처럼 전문가와 대화를 통해 자신 안의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는 프로그램이다. 코칭받기를 신청한 사람은 총 166명. 이 가운데 54명이 선발됐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선후배 네트워크와 조직생활의 노하우가 있는 남성들과 달리, 여성은 자기개발이나 삶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며 앞으로도 전문가들과 대화하는 코칭 프로그램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요즘 ‘뜬다’는 코칭은 어떤 개념이며, 여성의 삶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전문가와 코칭 신청자,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 운영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정화(33, 라이프코칭 신청자, 이하 장):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다가 2년 반 전부터 웹진 기자로 일하고 있는데 커리어를 확장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인맥도 없고, 여성 언론인의 역할모델도 없었다.
고현숙(한국리더십센터 부사장, 코칭 전문가, 이하 고): 코치는 문제 해결 과정에서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 끊임없이 상대방 안에 있는 문제를 발견하게 해주는 사람이다. 충고나 질책 대신 적절한 질문으로 상대방의 안에 있는 답을 꺼낸다.
박혜숙(위민넷 운영사업팀 총괄 프로젝트 매니저): 코칭을 시작하려는 여성들은 ‘겁이 난다’고 한다. 1주일에 1번씩 30~40분에 걸쳐 자기 얘기를 해야 한다는 데 불안감이 있는 듯하다. 여성들이 자기 얘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데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다.
장: 여성은 남성보다 자기 문제에 관심이 많다. 자기 정체성이나 가족문제, 커리어, 생활 속의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지만 대개 이런 문제를 수다로 푸는 경향이 있다.
고: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들에게도 코칭은 필요하다. 단, 여자들이 가정과 사회적 인간관계에서 영향력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걸 실감할 때가 많다. 직장 여성의 삶이 변하면 직장뿐만 아니라 남편과 아이들이 모두 바뀐다. 주부들도 가정과 지역사회를 바꿀 수 있다. 여자들이 자신감과 자기 개발의 의지를 가지는 일은 사회적으로도 중요하다.
박: 문제를 해결하려고 수다를 떠는 일은 정서적인 해소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대안이 나오기는 힘들다.
고: 그런 측면이 있다. 지난번에 한 여성이 찾아와 막연히 “기운이 없고 산만하다”고 했다. “어떤 점이 그런가”라고 묻자 “아이들도, 나도 그렇다”고만 했다. “바라는 게 뭔가”라고 거듭물으니 “내가 아이들과 남편을 피해서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다”고 결론내렸다. 결국 대화 끝에 하루 4시간 동안 집 근처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기로 했다.
장: 대화를 할 때 잘난 점, 못난 점, 헤매는 점 등 다 드러날 것 아닌가. 날카로운 질문을 피해갈 도리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자존심이 상하고, 두려운 문제일 수도 있는데….
고: 모든 사람에겐 해결 안 되는 지점이 있고, 너무 당연한 일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해답은 자기 안에 있다. 누구나 자신의 처지와 수준에서 문제의 해법을 발견할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믿으면 된다.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
박: 충고나 지적은 손쉽게 할 수 있지만 자존심 강한 현대인들에게는 잘 안 먹힌다. 여성들은 직장이나 가정에서 남의 말을 상대적으로 더 잘 들어주지 않나. 그만큼 여성들에게 적합한 대화 기법같다.
고: 고학력, 지식노동자들에게 코칭이 유용하다. 전업을 생각하면서 배우는 여성들도 점차 늘고 있다. 직장이나 가정에서 쓰임새가 다양해 여성에게 도움이 클 듯하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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