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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성폭력 은폐 심각…추정피해율, 공식통계 8배

등록 2012-08-17 08:13

신고율 연간 7~10% 불과
친족·친인척 범죄가 절반
여성 탓으로 책임 돌리기 등
일반인 그릇된 통념도 여전
한국의 성폭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공식 통계만 놓고 보면 사실이 아니다. 성폭력에 대한 유엔의 공식 통계를 보면, 2009년 여성 인구 10만명당 성폭력 발생 건수는 영국 79.5명, 독일 59.6명, 프랑스 37.2명, 한국 33.7명, 일본 6.4명 등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암수범죄’(실제로는 발생했으나 신고되지 않아 공식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범죄)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 은폐된 성폭력 대검찰청이 매년 발간하는 <범죄분석>을 보면, 2000년 1만여건이던 강간·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가 2010년에는 1만9939건으로 10년 사이 2배로 늘었다. 그러나 성폭력 범죄 신고율은 연간 7~10% 안팎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2008년 여성가족부 성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10만명당 성폭력 피해율은 공식 통계의 8배인 467.7명으로 나타났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강은영 연구위원은 “최근 성폭력 신고율이 늘어났지만 친족 성폭력 등은 드러나지 않고 있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2011년 한국성폭력상담소 통계를 보면, 어린이 성폭력 피해 상담 188건 중 친족과 친인척에 의한 성폭력이 각각 53.5%(69건), 43.9%(26건)로 나타났다. 성폭력이 피해자의 생활공간과 일상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는 “미국의 경우 성폭력 신고율이 40%에 이른다”며 “최근 성폭력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무죄평결이 나오는 등 일반 국민들의 그릇된 통념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 뿌리 깊은 고정관념, 피해자 유발론 성폭력 범죄의 책임을 여성 탓으로 돌리는 ‘피해자 유발론’도 뿌리 깊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지난 7월 의부의 성폭력 사건을 다룬 공판이 끝난 뒤 담당 검사가 피해자에게 ‘네 아버지랑 사귀었던 것 아니냐’ ‘너도 좋아서 했던 것 아니냐’라고 말해 피해자가 절규하며 항의하는 등 2차 피해를 유발한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경남 통영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한아무개(10)양 납치·살해 사건 피의자인 김아무개(44)씨는 “(피해자가) 짧은 분홍색 치마를 입고 있어서 순간적인 충동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학협동과정 교수는 “여자아이들의 치마를 들추는 것에 대해 ‘네가 맘에 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관대하게 대하는 행태나 여성을 폄하하는 시선이 문제인데, 이를 ‘남성답다’고 보는 시각에서 여성들 또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 위축되는 여자들 권인숙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가 지난해 9월부터 11월 사이 서울·경기지역 여대생 9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대생 64.8%가 밤길이 불안하다고 답했다. 밤길을 다니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43%였고, 옷차림을 조심한다는 답변도 28.3%였다. 권 교수는 “성폭력 사건의 위험성을 강조할수록 공포가 커지고 자기 통제가 매우 심해지며, 엄마들은 딸들 치마 안에 속바지를 입히는 등 옷차림에 대한 의미 부여를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명박 정부의 경우 성폭력 사건을 정치적으로 잘 활용해 국가가 매우 멋지게 대응하고 있는 듯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지만, 전자발찌, 신상공개 등 제도 시행으로 나타나는 통제 메커니즘은 여성들에게 의존적이며 자기 억압적인 여성상을 형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특정 사건에 대한 경쟁적 보도나 정부의 대처는 몰정치적인 과정이 아니며, 공포가 확산되면 여성들에게 더 깊고 장기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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