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질병·성폭력 대처법 담아
폐경→완경·처녀막→질주름등…정치적으로 올바른’ 번역 빛나
여성의 몸에 관한 기념비적인 책. 여성이 몸의 주인으로, 의료서비스의 소비자로 당연히 알아야 할 ‘상식’을 다루고 있다. 여성의 눈으로 쓴 ‘몸 살이 대 백과사전’이라고나 할까. 자궁과 유방질환 등 여성 기관과 질병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성폭력, 가정폭력 등에 대처하는 방법도 친절하게 설명한다.
이 책은 여성들이 ‘내 몸의 주인은 나’라고 생각할 때, 비로소 여성의 몸에 무지한 의료시스템과 여성에 대한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힘주어 말한다. 여성의 질 건강과 상관 없이 생리대를 새지 않게만 고안하거나, 자궁을 출산의 일시적인 기관으로 취급하는 등 성인지적 관점이 없는 여성용품 산업과 의료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함께 실렸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 책의 역사는 30년이 넘는다. 출발은 지난 1969년 미국 보스턴 여성대회에 참가했던 12명의 여성들이 남성 중심의 치료법과 의료시스템이 가진 문제점을 공유하면서부터였다. 이들의 모임이 바로 책을 엮은 ‘보스턴여성건강서공동체’다. 모임은 72년에 <우리 몸 우리 자신>(OUR BODISE, OURSELVES)이라는 소책자를 펴냈고,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8차 개정판이 출간됐고, 지금까지 30개 나라에서 번역·번안될 정도로 인기를 누려왔다.
우리말 판은 한국이라는 현실에 맞게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50여 명의 여성학, 사회학, 간호학 관련 현장 전문가들이 4년에 걸친 자료조사와 번역에 참여했다. ‘폐경’은 완경으로, ‘삽입섹스’는 성기결합이나 질성교 등으로, ‘처녀막’은 질주름 등으로 바꾸는 등 ‘정치적으로 올바른’ 번역을 하는 데도 신경을 썼다. 각 장 끄트머리에 담긴 ‘정보꾸러미’에는 관련 웹사이트와 기관 등에 대한 정보를 담아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했다.
책의 1부에서는 몸에 대한 생각, 먹을거리, 술·담배·약물 등의 중독, 통합치유, 정서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2부에서는 이성애, 동성애, 성생활을 다뤘다. 3부에서는 피임과 성병, 에이즈, 임신, 인공유산 등을 설명한다. 4부는 임신과 출산의 이야기를 철저히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고 5부는 노화와 여성의학 상식, 보건의료 정치학 등을 여성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700여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 때문에 버겁다고 여겨질지 모르나, 가까이 두고 오래 볼만한 책이다. (보스턴여성건강서공동체지음·또문몸살림터 엮어옮김·또 하나의 문화·5만원) 이유진 기자
폐경→완경·처녀막→질주름등…정치적으로 올바른’ 번역 빛나
여성의 눈으로 쓴 ‘건강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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