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받는 월 20만원보다 많은데
부정수급 차단·예산확보 방안 없이
섣부른 발표로 보육정책 혼선 우려
부정수급 차단·예산확보 방안 없이
섣부른 발표로 보육정책 혼선 우려
여성부, ‘손주 양육’ 40만원 지급 검토
여성가족부 장관이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손자녀를 기르는 할머니들에게 월 40만원씩 현금을 주는 ‘손주 돌보미 사업’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제도의 실효성과 보육정책 혼선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감한 정책을 설익은 상태에서 내놓는 바람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1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서초구 등 일부 지자체에서 조모·외조모가 손자녀를 돌볼 때 수당을 지원해주는 사업을 하는데, 인기가 있어 이 사업의 전국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9일 여성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손주 돌보미 사업은 맞벌이를 하며 두 자녀 이상을 둔 1만7000여가구를 우선 대상으로 하며, 친·외할머니가 12개월 미만인 손주를 하루 10시간 돌보는 것을 기준으로 부모에게 20만원을 받아 정부예산 40만원을 합쳐 할머니에게 월 6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를 제외한 것에 대해 여성부는 “영아 돌봄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부정수급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여성부 내부에서조차 형평성이나 부정수급 문제에 대한 보완 등 충분한 사전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데다,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초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시행하는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연구용역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더구나 손주 돌보미 서비스를 1만7000여가구가 이용하면 4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예산 확보 방안은 뚜렷이 제시된 게 없다. 여성부는 맞벌이 부부 중심의 5만가구를 대상으로 훈련된 도우미를 파견해주는 ‘아이 돌보미 사업’에 예산 666억원을 쓰고 있는데, 이 예산의 일부를 쓰게 된다면 기존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돌보미 인력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추가 예산을 확보하더라도 기존 무상보육 정책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12개월 미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엄마가 키울 경우 양육수당이 월 20만원인데, 할머니가 아이를 본다면 월 40만원의 정부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부정수급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할머니의 돌봄 노동을 일일이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기존 아이 돌보미는 다른 가사일을 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막지만, 할머니의 경우 가사와 양육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나이든 여성의 돌봄 노동을 국가가 간접 강제하고 공식화한다는 점이다. 김아무개(37·회사원·서울 구로구)씨는 “할머니 대신 젊은 베이비시터를 쓰고 싶은 엄마들에게 역차별일 뿐만 아니라, 할머니들도 자신의 인생을 살 권리가 있는데 국가가 손주 돌봄을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많다. 백선희 서울신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어머니와 자녀 부부 사이에서 새로운 가족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크고, 국가 책임 보육에도 적합하지 않은 제도”라고 비판했다. 국회 여성위원회 차인순 입법심의관은 “가족관계 안에서 자녀 돌봄을 해결하라는 신호로 비칠 수 있어 우려되고, 정책적으로 할머니들한테 육아부담을 지우게 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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