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강간죄 대법 공개변론
‘부부간에도 강간죄를 인정할 것인가.’
4년 만에 최고 법원까지 올라온 논쟁적인 주제를 두고 대법원이 18일 공개변론을 열었다. 검사는 “민법상 동거 의무가 폭행을 동반한 성행위를 참아내야 할 의무까지 포함하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변호사는 “이를 인정하면 대부분의 이혼사건에서 강간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범죄 통계에서 강간죄가 1위로 올라서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개변론에 부쳐진 사건 개요는 이렇다. ㄱ(45)씨는 2011년 11월 배우자 ㄴ(41)씨의 늦은 귀가를 이유로 말다툼을 벌였다. 이후 흉기로 ㄴ씨를 찌를 듯 위협하다 흉기를 옆에 둔 상태에서 겁먹은 ㄴ씨와 성관계를 맺었다. 이틀 뒤 ㄱ씨는 다시 흉기로 ㄴ씨의 옷을 찢고 배에 흉기를 들이댄 뒤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 검찰은 ㄱ씨를 특수강간죄로 기소했다. 1심은 징역 6년에 전자발찌 착용 10년을 선고했고 2심 재판부는 징역 3년6월로 형량을 낮췄다. 모두 유죄는 인정했다.
대법원은 2009년 2월, 이혼하기로 해 실질적인 부부 관계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서 부부강간죄를 인정했다. 이번 사건은 정상적인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도 남편을 배우자에 대한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를 다루는 최초의 사건이다.
쟁점은 남용 가능성과 입증의 어려움 등이었다. ‘범죄 입증이 가능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검찰 대표로 나선 이건리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은 “모든 강간죄가 입증이 어렵다. 그러나 입증이 어렵다고 해서 처벌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건 국가가 보호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석 변호사는 ‘이 사건은 심각한 성적 폭력이 개입돼 있다.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부부 관계라고 해서 강간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민법이나 다른 구제 수단을 사용한 뒤 형법은 최후의 수단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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