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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딸들에게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살아계실 선생님!

등록 2013-05-17 20:09수정 2013-05-17 22:28

조형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조형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고 박영숙 선생님을 추모하며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온 세상을
보듬을 만큼 넓은 품으로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을
안아주시던 선생님은 실천하는
지성의 대표이자 큰언니셨습니다
“생을 마치는 때까지 현역으로 살고 싶다.”

박영숙 선생님은 이 꿈을 좇아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일과 이 땅의 여성들이 요구하는 역할에 평생 열정을 바치시고, 오늘 새벽 영면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일제강점기인 1932년 평양에서 태어나 만주와 평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월남하시어 오늘까지 정의와 평등, 인권과 환경, 그리고 여성과 생명의 편에서 의로운 리더로 사셨습니다. 1955년 와이더블유시에이(YWCA)에서 처음 사회 참여를 시작한 선생님은 한반도 역사적 격변기의 반세기 동안 환경단체와 여성단체를 비롯한 수많은 시민단체를 설립하셨고, 세상을 떠나시던 날에도 한국여성재단 창립이사장이자 고문, 여성환경연대 으뜸지기, 미래포럼 이사장, 살림이재단 이사장, 여성평화외교포럼 이사장, 살림정치 여성행동 대표로 일하시던 현역 활동가이셨습니다.

싸울 때는 치열하게 싸우지만 온 세상을 보듬을 만큼 넓은 품으로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을 안아주시고, 변화에 앞장서는 후배 리더들을 위해서는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사회적으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어떻게 하면 되겠어?’, ‘내가 뭘 하면 좋을까’라시며 솔선하는 모습을 보이시고, 평생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시며 자연과 환경을 소중히 여기신 선생님은 실천하는 지성의 대표이자 큰언니셨습니다. 늘 미소와 기품으로 세상을 바라보시던 선생님은 부드러운 권위와 카리스마의 상징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해마다 연말이면 며칠 동안 밤까지 새워가며 손수 장만하신 음식으로 후배들에게 파티를 열어 주시던 선생님을 기억합니다. 이미 암이 진행되어 오른팔을 쓰지 못하시던 작년 봄에도 손수 음식을 준비하시어 막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여성의원들에게 좋은 사회와 맑은 정치의 디딤돌을 부탁하셨습니다.

석유자원이 전무한 우리가 전기와 휘발유를 너무 낭비하는 것을 안타까워하시던 박 선생님은 난방과 전기를 아끼셔서 집 안에서도 장갑을 끼고 지내실 정도로 검약하신 분이셨습니다. 또 2010년 북한에 땔감이 없어 어린애들이 추위에 떨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밤을 새워가며 목토시 수백개를 뜨셨습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북한에 보내지 못하게 되자 몹시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이제 이 시대의 큰 어른 한분이 떠나셨습니다. 남녀가 평등하고 조화로운 사회와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을 만드는 일 등 선생님이 남기고 가신 많은 과제들은 오롯이 여기 남은 이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뒤를 이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이 땅의 딸들에게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살아계실 선생님, 이제 편히 쉬십시오.

조형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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