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끌려갔다 돌아오지 못해” 여성부, 북한국적자 3명도 신청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지금까지 귀국하지 못하고 중국에 살던 피해자 6명이 한국 국적을 회복하게 됐다. 정부가 해외 거주하는 외국 국적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국적회복 사업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3월 한국정신대연구소에 의뢰해 중국 거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실태 조사를 최근 마치고 국적회복을 원하는 부산 출신 박아무개(91)씨 등 6명의 국적회복을 법무부에 신청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 여성들은 일본군에 인신매매로 팔리거나 강제로 끌려간 뒤 해방 뒤에도 위안소 생활의 후유증으로 불임·이혼 등을 반복하며 어려운 생활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출신 박씨는 1937년 인신매매 조직에 의해 300원에 만주로 팔려간 뒤 지금까지 위안소가 있던 곳에서 떠나지 못한 채 60여년을 살아왔다.
서울 출신 김아무개(87)씨는 38년께 일본군에 강제연행돼 중국 각지에서 위안부 생활을 했다. 말을 실어나르는 화물칸에서 30여명의 여성들과 함께 서다 가다를 반복하던 그는 기차가 역에 설 때마다 일본군에게 윤간을 당했다. 낮에는 일본군의 옷을 빨았고, 밤에는 윤간 당하는 생활을 7년 동안이나 했다. 위안소에서 도주한 뒤에는 밥을 구걸하면서 살다가 결혼, 이혼, 사별을 5~6차례 반복했다.
전북 전주 출신의 박아무개(89)씨는 42년 인신매매돼 중국 하남성에서 위안부 생활을 시작했다. 3년 뒤 위안소를 탈출해 사람들에게 구걸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고향으로 가려 했지만 수치심 때문에 중국에 남아 북한 국적으로 중국인과 결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일본군 ‘식모살이’를 거쳐 이혼, 사별 등 3명의 남편을 얻었지만 위안소 생활의 후유증으로 아이를 갖지 못했다. 박씨는 96년 마지막 남편의 사망 뒤 후베이성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다.
평남 숙천군에서 태어난 이아무개(82)씨는 40년께 480원에 인신매매돼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위안부 생활을 하다가 해방 뒤 국경이 막혀 중국에 남게 됐다.
지금까지 여성가족부가 파악하고 있는 중국 거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모두 9명. 국적 회복을 포기한 나머지 3명은 본인 의사 확인이 불가능하거나 거부한 이들이다. 여성가족부는 이번 국적회복 신청자 가운데 북한국적자도 3명이 포함돼있으나 일제 피해자라는 점과 본인의 희망을 존중해 회복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국적회복 절차가 완료되면 주거지원금과 생활지원금을 지급하고, 국내 귀국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귀국 경비와 국내 정착, 건강치료 등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앞으로 동남아나 사할린 등 아시아 국가에도 한국인 출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이들에 대한 국적회복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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