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오후 서울 노량진 배수지에서 소방대원들이 상수도관에 가득 차 있는 물을 빼내는 등의 작업을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노량진 참사’의 재구성 어둠·레일 등 대피에 방해
주검 6구 터널 안 곳곳서 발견…달리다 쓰러진 듯
주검 6구 터널 안 곳곳서 발견…달리다 쓰러진 듯
1.4㎞ 길이의 터널에 6명의 목숨을 가둬버린 물도 결국은 모두 빠져나갔다. 실종자 6명은 실낱보다 못한 기대를 저버리고 결국 주검으로 거둬졌다. ‘서울 노량진 배수지 수몰 참사’의 희생자들은 17일 밤 11시45분께 모두 수습됐다.
사고 직후 숨진 조호용(60)씨 외에 박명춘(47)·이승철(54)·박웅길(55)·임경섭(44)·이명규(60)·김철덕(51)씨의 주검은 터널 안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각각 탈출계단으로부터 1m, 200m(이승철·박웅길), 530m, 540m, 650m 지점에서 발견됐다.
전체 길이가 1.4㎞인 터널의 1㎞지점에서 작업하던 이들은 강물이 쏟아져 들어오며 탈출했을 것이다. 일부는 탈출 성공 막바지에, 또다른 몇은 300m 이상을 필사의 달음박질을 한 끝에 쓰러졌던 것으로 보인다.
대피 속도보다 빨리 물더미가 덮쳐왔거나 체력이 다해 달음질을 포기했을 수 있지만, 터널 안은 대피가 무척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들이 작업이 공사용 레일을 걷어내는 것이었는데, 사고 순간 레일은 이들의 대피를 방해하는 악마와 다름없었다. 더구나 차단막이 터지며 터널로 물이 쏟아져 들어오자, 최초 대피자는 감전을 우려해 터널 안 전원을 차단시켰다. 결국 주검으로 돌아온 이들은, 수마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혼신의 힘으로 달렸을 것이다.
주검을 수습한 한 소방구조대원은 “레일의 한켠에 폭 50㎝가량 평평한 시멘트 바닥이 있었다. 터널 내부가 밝다면 평평한 바닥을 밟고 뛰어갈 수 있었겠지만 어둠 속에서 노동자들은 울퉁불퉁한 레일 위를 뛰다가 넘어졌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경섭씨의 가족들이 공개한 사고 전 터널 내부 사진을 보면, 터널 바닥에는 레일이 깔려 있고 옆으로는 각종 배관과 전선들로 추정되는 선들이 놓여있다.
차단막이 무거운 물의 무게를 못 이겨 터져버리면서 강풍이 몰아쳐 피신하던 이들은 넘어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생존자 이원익(41)씨는 “(물을 막고 있던) 차단막이 터졌는데 바람이 막 밀려왔다. 지점에서 50m까지 나오다가 바람에 맞아 (사람들이) 넘어졌다”고 말했다. 탈출에 성공한 이씨는, 어두운 터널에서 비상등을 활용했다고 했다.
인양된 시신들은 모두 유족들의 뜻에 따라 합동 분향소가 마련된 고대구로병원으로 옮겨졌다. 이근식 동작소방서 예방과장은 “처음에는 수중펌프가 수압을 견디지 못해 고장이 나는 등 어려움이 있었으나 갈수록 저수량이 적어지면서 배수 시간이 단축돼 수심을 40㎝까지 낮춰 구조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실종자 수색 작업은 종료됐으며 마지막까지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가며 모든 구조 상황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노량진 배수구 터널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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