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응시자 허벅지 만지고 성희롱한 운전면허시험관에
법원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의도로 파면은 지나치다”
법원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의도로 파면은 지나치다”
운전면허시험관이 여성 응시자를 성추행하고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법원이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이건배)는 강남면허시험장 운전면허시험관 ㄱ(56)씨가 도로교통공단을 상대로 낸 파면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6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해 9월 도로주행 시험을 치르던 ㄴ씨의 차량에 함께 타 “시험중 핸들을 만져야 하기 때문에 손을 만질 수도 있는데 오해하지 마라. 나는 부인으로도 벅찬 사람이다”라고 시험과 무관한 얘기를 하고, 주차 방법을 가르쳐주면서 손으로 ㄴ씨의 허벅지를 10~20초 가량 만졌다. 또 ㄱ씨는 “합격하면 술을 사라. 그러면 내가 2차를 사겠다”라고 한 뒤 “2차 가면 한번 주나”라며 성관계를 하겠냐는 취지의 말을 하는 등 여러 차례 성희롱 발언을 했다. ㄴ씨가 시험에 떨어지자 다음에 올 때 연락하라며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ㄱ씨는 그해 10월에도 또다른 여성 응시자에게 “시험 도중 무릎에 손이 갈 수 있다”는 등 시험과 무관한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을 안 도로교통공단은 “여성들에게 성추행 행위와 성희롱 발언으로 민원을 야기하는 등 공공기관 직원으로서 품위 유지 규정 등을 위반했다”며 ㄱ씨를 파면했고, ㄱ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ㄱ씨가 시험 감독자로서 응시자들의 긴장을 풀어줄 의도로 시험과 무관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어 비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성희롱 내지 성추행이 발생한 경우 중앙부처 공무원에 대한 징계 정도를 살펴보면 대부분 감봉이나 견책, 정직 등의 징계가 이뤄지고, 해임 내지 파면은 성폭력 등 사유가 있는 경우에 이뤄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파면 처분은 사회 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징계 사유 중 성희롱적 발언뿐만 아니라 그와 별도로 시험과 무관한 발언도 있는데, 시험과 무관한 발언을 한 의도가 응시자의 긴장을 풀어줄 의도가 있는 것이고 보인다는 뜻이지 성희롱 발언을 긴장해소용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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