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회, ‘여성만 처벌법’ 개정 촉구
낙태죄 처벌 대상이 여성인 점을 악용한 남성들의 협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올 한 해 들어온 낙태 상담 12건 가운데 10건이 남성의 고소 협박 관련 건이라고 7일 밝히고, 여성만 처벌 대상으로 하는 낙태죄 관련 법 개정을 촉구했다.
여성민우회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이날 오후 마포구 서교동 ‘인권중심 사람’의 다목적홀에서 낙태죄 법 개정 촉구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여성민우회는 사귀던 남성이 낙태 사실을 고발하겠다고 협박했다는 여성의 상담이 지난해 3건에서 올해 10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접수된 상담의 대부분은 결혼 약속 이후 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정슬아 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활동가는 “남성들에게 낙태가 관계 유지를 위한, 또는 금전적 요구를 위한 협박과 보복의 도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형법 269조에 따라, 낙태를 한 여성은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의 벌금형을 받게 되지만 아이를 임신하게 한 남성들은 처벌받지 않는다.
이날 포럼에서는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상 ‘배우자 동의’ 조항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모자보건법 14조는 강간이나 인척에 의한 임신 등의 경우라도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야만 낙태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김정혜 공감 객원연구원은 “배우자 동의 조항은 미혼자의 임신이나 혼외 임신은 고려하지 않은 조항이며 이 조항에 따르면 임신이 모체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에도 여성 스스로 낙태를 결정할 수 없다. 또 강간에 의한 임신의 경우에는 강간 가해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출산 이후 아버지의 책임을 묻는 법적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차혜령 공감 변호사는 “현행 모자보건법에서의 배우자는 임신한 여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주체로만 기능할 뿐 임신과 출산에 있어 양육비 문제 등 배우자의 책임을 묻고 있지는 않다. 출산 이후에 아버지의 책임을 다 할 수 있게 하는 법적 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효진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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