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반아 박사. 사진 김경애 기자
[짬] ‘인디언 정화의식’ 여는 평화영성가 김반아 박사
‘13명의 원로할머니 국제협의회’
북미 인디언 모나 폴라카 주제로
자기 치유·영성 회복 체험 활동 ‘13명의 원로할머니’는 북미·남미·네팔·티베트·아프리카(가봉) 등에 사는 토착민들의 지혜를 전승하고 있는 영적 원로이자 치유가들로, 2004년 10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달라이 라마 관련 행사를 계기로 처음 모여 국제협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어머니 지구를 지키고 앞으로 7세대 이후의 후손들에게도 아름다운 지구를 전해주자’는 신념을 공유한 이들은 6개월마다 각자 사는 지역을 순례하며 서로 문화를 배우고, 지구촌 환경문제, 토착민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적 차원에서 연대하는 활동을 펴고 있다.(다큐 영화 <포 더 넥스트 7 제너레이션> 참조) “문명의 발달로 누구보다 박해를 당했던 여성 원주민 원로들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모성의 회복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놀랍고 아름다웠어요. 그 따뜻하고 편안한 에너지를, 한반도의 정기가 모이는 ‘모성의 땅’으로 꼽히는 제주도에서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2013년 9월 멕시코 엔세나다에서 열린 ‘제1차 생명모성 지구촌 원주민 축제’(코리아-멕시코 페스티벌)를 기획하면서 이들 원로할머니와 인연을 맺은 김 박사는 지난해 5월 제주도에서 2차 지구촌 원주민 축제를 열어 이들 모두를 초대하기로 했으나 세월호 참사로 무산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멕시코와 미국 애리조나의 나바호 원주민 보호구역을 방문한 데 이어 12월 뉴질랜드에서 열린 모임에서 원로할머니 13명을 직접 만나 다시 한번 초청 의사를 전했다. 국제협의회에서 이번 정화 의식의 주재자로 파견한 모나 폴라카는 애리조나주에 살고 있는 호피·하바스파이·테와 인디언으로, 60대이지만 13명의 원로할머니 회원 가운데 최연소에 속한다. 14살 때부터 백인들의 종족 말살에서 살아남은 북민 인디언들의 치유와 정체성 찾기에 앞장선 인권 운동가로 알려졌다. 새달 12~17일 열리는 ‘2015 대구·경북 세계물포럼’에도 초청자로 참석할 예정인 폴라카는 애리조나주립대학에서 ‘정의’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박사가 이처럼 생명모성의 가치와 한반도 평화의 전파자로 나서는 데는 남다른 가족사가 숨어 있다. 외조부는 일제시대 ‘조선 3대 부자’였던 금광왕 이종만 선생으로, 해방 직후 김구 선생을 수행해 방문했던 평양에 남았고, 자본가로는 유일하게 혁명열사릉에 안치됐다. 이 때문에 남한에서 살기 어려웠던 가족들은 결국 이민을 택했고, 누구보다 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체험하며 그 극복을 위해 고민하고 성찰을 해왔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소통하고 교감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고, 약자폐증을 겪으며 세상과 소통하고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러다 6·25 때 피난간 산골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어머니, 그리고 자연과 연결되는 체험을 하면서 비로소 세계와 하나가 되는 느낌을 경험했고, 이는 의식의 전환을 가져다주었다. 이후 내면의 상처와 감성을 치유하는 작업을 스스로 하게 됐다.’ 지난 2007년 모친 일선 이남순(2013년 작고)과 함께 외할아버지 묘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신성한 사명>(새크리드 미션)에는 이처럼 가족사와 개인적인 고통을 넘어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는 분단 70돌을 맞아 오는 5월 세계적인 여성지도자 30여명이 북한 땅에서 출발해 걸어서 휴전선을 건너 남한으로 넘어오는 ‘국제여성평화대행진’(WOMEN CROSS DMZ)을 기획해 국제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남녀를 떠나 우리 안에는 생명모성이 들어 있다. 전통적인 한국의 어머니들은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자녀 교육과 성공에 대한 집착이 강한 나머지 모성과잉으로 부정적 영향을 주기도 한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모성이 발휘될 기회가 별로 없었고, 돌봄수행 능력도 떨어져 모성이 오히려 결핍되어 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생명모성은 자식이나 가족에 국한된 이기적 애착이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대한 의식의 열림”이라고 주장하는 그는 모성을 부정적, 파괴적 에너지가 아니라 긍정적 에너지로 끌어올리는 활동을 계속 펼칠 계획이다. 참가 신청 가배울 사무국(010-6251-6680).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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