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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91살 여성계 대모, 1천명의 외침을 전하다

등록 2015-10-14 19:57수정 2015-10-14 21:08

이이효재 전 교수 평화 호소
“한반도 계속 중무장하고 있어
우리 아이들의 앞날은 어떻게…”

“평화협정 이뤄지지 않는 한
통일 대박은 있을 수 없다”
국내 여성운동의 ‘대모’인 이이효재 전 이화여대 교수(가운데)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여성평화선언 1000인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들은 전쟁과 분단이 한반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면서 남북 어린이의 평화와 행복을 위한 책임을 호소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내 여성운동의 ‘대모’인 이이효재 전 이화여대 교수(가운데)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여성평화선언 1000인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들은 전쟁과 분단이 한반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면서 남북 어린이의 평화와 행복을 위한 책임을 호소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광복 70년, 한국전쟁 60년을 떠들면서 현실은 결국 전쟁을 위해서 중무장을 하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계속 중무장시키는데 우리 아이들의 앞날은… 어떻게….”

마이크를 쥐는 것도 힘겨워 보이는 ‘노학자’는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 보고 있을 수 있습니까. 우리 어린이들에게 또다시 (전쟁의) 세월을 허용한다면 우리 기성세대는 죽을 죄인이 되고 맙니다.” 그래도 노학자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마지막 문장을 매듭지었다.

‘여성운동계의 대모’라 불리는 이이효재(91) 전 이화여대 교수가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고자 호소하는 여성 1000인’을 이끌고 1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는 한국 최초로 여성학 교육과정을 설치하고 이론과 현실운동을 결합해 발전시킨 이 전 교수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2012년 대선 이후 ‘속세’와 거리를 두고 ‘평화의 섬’ 제주도에서 머물러오던 이 전 교수가 자리를 털고 1000명이 넘는 여성계 인사들을 모은 건 그만큼 현재의 남북 대치 상황이 어린이들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특히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어 남북 어린이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시급성과 절박함을 알리자는 취지로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그의 곁에는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과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 조형 어린이어깨동무 공동대표, 남인순 국회의원 등 우리나라 여성계를 대표하는 인사 50여명이 함께 섰다. 모두 이 전 교수의 제자를 자처하는 이들이다. 최영희 전 국회의원은 “최근 여성계가 다양한 이슈에 대해 각자 목소리를 냈는데, 선생님을 중심으로 1000명이 넘는 여성들이 참여해 ‘현재의 우리’를 넘어 ‘미래 세대’를 위한 평화와 통일을 얘기했다는 게 뜻깊다”고 말했다.

이 전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대박’이란 말을 해서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평화협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통일 대박은 있을 수 없다”며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6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2년 ‘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하며 처음으로 남북 여성들이 육로를 통해 평양과 서울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한 바 있는 그는 남북관계 경색으로 민간교류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전 교수는 “그동안 우리가 많이 오가고 만났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다. 그러면서 계속 무기만 쌓아놓는 게 우리 현실이다. 이제는 이렇게 (평화를)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도 “어린이들의 행복을 억누르는 것”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여성 1000여명은 이날 선언문에서 △남북 어린이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존중받으며 살도록 하자 △남북 어린이가 청정한 환경과 생태계 속에서 자유롭게 만나 뛰어놀 수 있도록 디엠제트(DMZ)를 개방하자 △남북 어린이가 미래를 꿈꾸고 희망을 품으며 일하면서 살도록 유라시안 경제를 살려나가자 △60년 넘게 지속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 △전쟁과 핵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여성들이 앞장서자고 제안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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