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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비슷한 고통 겪은 한국 위안부 할머니들 만나고 싶다”

등록 2015-11-12 21:37

사피 춘구라 바하티
사피 춘구라 바하티
콩고 내전 성폭력 피해자 사피 바하티
13일 정대협 초청으로 심포지엄 ‘증언’
“내가 겪은 일이 콩고만의 일이 아니란 걸 알았어요. 한국에서 비슷한 고통을 겪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는 게 무척 기대됩니다.”

12일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4층 정원에서 만난 사피 춘구라 바하티(50)의 얼굴에는 슬픔과 기쁨이 교차했다. ‘전시 성폭력 피해와 고통’에 대해 증언하기 위해 멀리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11일 한국에 온 사피는 3년 전 처참했던 기억으로 괴로워하면서도 만리타국에서 고통을 함께 나눌 이들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들떠 있었다.

2012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는 내전이 일어났다. 반군 세력이 가정집에 쳐들어가 총을 쏘고 사람들이 겁에 질린 틈을 타 소·염소·생필품을 약탈해 갔다. 성폭행도 서슴지 않았다. 사피가 사는 콩고 동부 루슈루 마을에도 반군이 쳐들어왔다. 5명의 남자가 사피의 가족이 일구는 카사바 농장을 약탈한 뒤 사피의 남편을 죽였다. 이 남성들은 농장에 머물며 남편을 잃은 사피를 차례로 성폭행한 뒤 농장에서 내쫓았다. 7남매 자녀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사피의 삶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사피는 당시 “너무 고통스러웠다”며 눈가를 훔쳤다.

농장을 나와 거리를 헤매던 사피는 행인의 도움으로 인근 고마시에서 ‘유시리카’라는 단체로 옮겨졌다. 한국의 여성단체연합 같은 역할을 하는 이곳에서 그는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피해자들을 알게 됐다. “저와 같은 상황의 언니 동생들을 만나니 내가 경험한 일이 내 삶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사피는 다시 일어서기로 했다.

당시의 고통은 단지 뇌리에서 지우는 것만으로 회복되지 않았다. 반군의 성폭행으로 임신한 사피는 3년 전 악몽이 삶의 일부분이 됐다. 유시리카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아기를 낳았지만 “이제 세살이 된 딸아이를 보면 마음이 복잡하다. 불쌍하면서도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라며 괴로워했다.

현재 사피는 세살배기 딸을 포함해 잃어버린 아이들 중 6명과 다시 만나 유시리카에서 제공해준 주거지에서 안정을 되찾고 있다. 콩고 적십자사의 ‘이산가족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아들 1명을 제외한 6남매를 다시 찾았다. 아이들과 다시 살게 된 사피는 요즘 많이 단단해졌다. “제가 한국에 간다고 하니 아이들이 엄마 이야기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서 치유받길 바란다고 말했어요”라며 그는 웃었다.

사피는 한달 최소 생활비가 약 29만원 든다. 생활비는 유시리카에서 지원받는다. 정대협은 이 단체에 올해 1000달러를 지원했다. 사피는 “콩고에서 이 기금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정대협은 창립 25주년을 맞아 ‘전시하 여성폭력에 도전하는 국제 여성행동’이란 주제로 13일 심포지엄을 연다. 여기서 사피는 ‘끝나지 않은 전쟁, 반군에 의한 성폭력’을 주제로 증언한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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