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여성주의 교지인 ‘석순’ 편집위원회가 새 학기를 맞아 강의실 내 강의자들의 여성혐오적 발언을 수집해 대자보에 소개했다.
고려대 교원윤리규정 ‘교원이 성별 등을 이유로 다른 교원이나 학생 차별 안 돼’
“여자들은 똑똑해질수록 눈이 너무 높아져서 배우자의 풀(Pool)이 좁아지잖아.”
“여학생들이 긴 머리가 있으면 뒤로 넘기잖아. 그때 머리 사이로 드러난 하얀 목덜미가 얼마나 예쁜지 몰라.”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대사가 아니다. 대학 강의 시간에 교수가 학생들을 앞에 두고 한 말이다.
고려대 학생들이 펴내는 여성주의 교지 <석순> 편집위원회가 대학 강의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교수들의 여성 혐오 발언들을 모아 교내에 대자보로 공개해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 ▶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가기)
이들은 지난 2일 온라인을 통해 ‘고려대 강의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여성 혐오적 말’들을 모아 7일 교내에 대자보로 붙이겠다며 제보를 받기 시작했다. 결과를 살펴보면, 일부 교수들이 강의 동안 여성을 성희롱하거나 성차별하는 성격의 발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순>은 문제적 발언 18가지를 선정해 대자보로 만들어 7일 교내 곳곳에 게시했다. 여성의 외모나 능력을 남성의 시선에서 비하하는 등의 성차별적 발언들이 열거돼 있다.
강의실 속 여성 혐오적 발언들을 모아 대자보를 제작한 이소민 편집위원은 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교지 편집회의를 하던 중 강의실에서 교수들에게 여성 혐오 발언을 들어본 경험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비슷한 불편을 느끼는 학생들이 있을까 싶어서 이를 공론화하고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자보를 보면, 한 교수는 고려대가 2007년부터 도입한 ‘생리 공결제’(생리통으로 인한 결석을 공적인 것으로 인정해 출석으로 처리하는 제도)를 언급하면서 “여학생들 유고 결석 있죠? 너무 자주 쓰시는 것 같은데, 악용하지 마세요. 딱 학기에 한 번만 허용하겠다”고 했다.
한 교수는 강의 중 역사의 흥망에 대해 설명하면서 “어차피 모든 흥했던 것들은 망한다고. 수지도 어차피 늙는다니까?”라고 말하거나, “여자는 똑똑하면 남자한테 인기가 없다. 조금 멍청하고 백치미가 있어야 남자한테 사랑을 받는다”고 했다. 한 남성 교수는 여성 교수를 지칭하면서 “그 여자는 성격이 왜 그렇지? 남편 직업이 그 분야라 닮는 건가?”라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했다.
이밖에도 △“학생이 수업시간에 하품하다니, 무례하네. 그것도 여학생이” △“요즘 여자애들은 담배피던데, 남자들은 몰라도 여자들은 담배피우면 안 돼. 여자애들은 임신을 해야 하잖아” △ “○○아, 너 여자애처럼 애교도 좀 부리고 다소곳하게 좀 해봐” △“요즘 여자 연예인들은 성형을 너무 많이 해서 웃어도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르겠어. 흉측하잖아” △“여자는 본능적으로 남성의 재력에 이끌리게 세팅되어 있어” 라는 등 여성을 깎아내리는 발언들도 있었다.
고려대 ‘교원윤리규정’은 교원이 성별 등을 이유로 다른 교원이나 학생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교원·학생에게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해서는 안 될 뿐 아니라 이를 묵인해서도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고려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석순> 페이스북 페이지
고려대학교 여성주의 교지인 ‘석순’ 편집위원회가 새 학기를 맞아 강의실 내 강의자들의 여성혐오적 발언을 수집해 대자보에 소개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