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독문학자 5명 ‘물의 요정을 찾아서’ 펴내
물의 요정들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인어공주 이야기는 지금도 아이들을 텔레비전 앞으로 끌어당기며,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미국의 커피 전문점 로고 속의 여인도 사실은 물의 요정이다.
물의 요정에 매혹된 우리나라 여성 독문학자 5명이 ‘물의 의인화 현상에 투영된 상상력의 문화적 계보’를 함께 연구한 뒤 <물의 요정을 찾아서>를 펴냈다. 책에 등장하는 요정들은 모두 7명. 세이렌, 멜루지네, 로렐라이, 운디네, 세르펜티나, 라우, 라우텐델라인이다. 독일 쪽 현장 답사와 고전연구를 통해 지은이들은 물의 요정의 자취를 따라 전설과 현실을 오가며 이야기를 펼친다. 학자들은 물의 요정 가운데 효시격인 세이렌 신화에 대한 첫 기록을 기원전 8세기께 씌어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로 추정한다. 세이렌은 뱃사람을 노래로 유혹한 뒤 잡아 먹는 최초의 ‘팜므 파탈’이다. 지은이들은 이런 물 요정의 모습에서 자연의 원초적 폭력성과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 모성, 그리고 죽음의 상징성까지를 함께 발견해낸다.
하지만 물의 요정은 20세기 들어 “여성의 희생이나 정체성 상실”의 문제가 빠진 채 자본주의에 ‘복무’하는 상징이 된다. 디즈니 애니매이션에서 인어공주 아리엘은 남자인 아버지와 왕자 사이에서 처분만 기다리는 가녀린 소녀로 전락하고 만다. 또 물의 요정이자 유럽 명문가의 시어머니였다는 전설 속 멜루지네는 커피 회사(스타벅스)의 로고 속에 예쁜 상품으로 갇히거나 와인(두어바흐 사의 ‘아름다운 멜루지네’)의 이름으로 쓰인다. 지은이들은 물의 요정들의 이런 자본주의적 변용이 그들의 신체가 청결, 처녀성, 자연 등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물 요정의 전통을 제대로 되짚어봐야 하는 이유인 셈이다.
이유진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