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신작 <화기애애> 선보인 장희선 감독
장희선(32) 감독은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고 극영화를 찍어온, 드문 여성 영화인이다. 그의 영화는 성인지적 관점이 뚜렷하면서도 다큐보다 재미있고, 우울하다기보다는 재치있다는 평을 들어왔다. 때문인지 유난히 여성계에 고정팬이 많다. 지금까지 선보인 그의 영화는 3편. 모두 우리 사회의 여성을 소재로 한 독립영화들이다. 이번에는 어떨까. 신작 <화기애애>의 촬영과 편집을 마친 장 감독을 지난 20일 만났다.
“속상한 것 투성이에요. 시간이 모자라서 제대로 못 찍은 것 같고, 시나리오 작업도 좀더 욕심을 내면 어땠을까 싶고….”
그가 이번에 내놓은 작품은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이하 한여노협)가 제작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용 영화다. <화기애애>란 제목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려고 했을 뿐, 성희롱이나 성폭력은 아니었다’는 가해자들의 논리를 빗댔다. 성희롱이 없어야 진짜 ‘화기애애’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뜻도 함께 담았다. 한여노협쪽은 이 영화를 기획하면서 여성과 노동 문제에 식견이 있으면서도 극영화를 하는 여성 감독을 찾았다. 5년 전, <재희이야기>로 직장내 성희롱 관련 영화를 함께 만들었던 장 감독은 당연히 섭외 1순위였다.
성희롱 등 불편한 여성주의 소재 재미있고 재치있게 풀어내
10개월간 배우 70명 동원한 ‘욕심낸’ 작품으로 돌아와 성희롱 예방이라는 좋은 뜻을 품고 있다고 해도, 계몽적인 영화가 눈 높은 관객들에게 쉬 ‘먹힐’ 리 없다. 더욱이 옴니버스로 구성한 영화 4편을 관통하는 주제가 모두 성희롱이라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지만 서로 감추기 바쁜, 다소 ‘불편한’ 소재 아닌가. <재희 이야기>를 상영할 때도 일부 남성들은 “우리를 나쁜 사람 취급한다”고 불평했다. 영화가 아닌 실제에서도 성희롱을 고발하는 피해자를 이상하게 보는 눈들이 있다는 건, 어쨌거나 현실이다. “한여노협이 받은 상담 내용을 각색해 시나리오를 썼어요. 15년 전에 당한 성희롱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최근에서야 상담한 여성의 이야기도 영화에 녹여냈구요. 영화가 실제와 얼마나 닮아있는지는 시각 차이가 있겠죠. 남자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이런 사람이 없다’, ‘실제로 이런 사람 많다’는 얘기가 엇갈렸으니까요.” 그는 대학에 다니면서 여성학과 영화를 공부했다. 졸업 뒤, 고민의 결과물을 영화로 선보였다. 97년 남녀공용화장실 에피소드를 다룬 독립영화 <웰컴>(16㎜ 단편)부터 <고추말리기>(99년, 16㎜ 중편), <재희이야기>(2000년, 16㎜ 중편)까지 3편의 영화 모두 여성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상복도 있는 편이었다. <웰컴>은 제1회 서울여성영화제 단편 부문 우수상, <고추말리기>는 제2회 서울여성영화제 우수상과 관객상, <재희이야기>는 제3회 서울여성영화제 영상공동체 부문 여성신문사상, 제25회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새로운 시선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특히 <고추말리기>는 야마가타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 등에 초청돼 외국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메가폰을 놓은 지 5년만에 시작한 이번 작품은 유독 “욕심을 많이 냈다”. 지난 10개월 동안 17명 스태프들과 단역을 포함, 70여명 배우들이 땀을 쏟았으니 대개의 독립영화에 비해 규모가 큰 셈이다. 길이도 각편 15~20분짜리에서 20~30분으로 늘였다. 주위 도움도 많았다. 드라마 <해신>과 <달마야 놀자>로 유명한 배우 이원종씨는 사회에 기여하는 취지에서 두번째 에피소드인 ‘미선씨 이야기’에 기꺼이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장소 섭외에 어려움을 겪은 주유소신을 찍을 때는 그곳 사장이 영화 스태프 출신이라며 촬영에 배려를 아끼지 않았고, <고추말리기>에서 배우 못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 그의 어머니는 다시 배우로 참여해 딸을 든든히 떠받쳤다. “지금까지 특히 여성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제가 빨리 장편 극영화 데뷔를 했으면 하고 바라는 여성들도 많구요. 뭘 하든 적어도 여성주의에 폐는 끼치지 않겠다는 생각이에요.” 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성희롱이 재밌니?” ‘화기애애’ 선보인 장희선 감독
10개월간 배우 70명 동원한 ‘욕심낸’ 작품으로 돌아와 성희롱 예방이라는 좋은 뜻을 품고 있다고 해도, 계몽적인 영화가 눈 높은 관객들에게 쉬 ‘먹힐’ 리 없다. 더욱이 옴니버스로 구성한 영화 4편을 관통하는 주제가 모두 성희롱이라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지만 서로 감추기 바쁜, 다소 ‘불편한’ 소재 아닌가. <재희 이야기>를 상영할 때도 일부 남성들은 “우리를 나쁜 사람 취급한다”고 불평했다. 영화가 아닌 실제에서도 성희롱을 고발하는 피해자를 이상하게 보는 눈들이 있다는 건, 어쨌거나 현실이다. “한여노협이 받은 상담 내용을 각색해 시나리오를 썼어요. 15년 전에 당한 성희롱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최근에서야 상담한 여성의 이야기도 영화에 녹여냈구요. 영화가 실제와 얼마나 닮아있는지는 시각 차이가 있겠죠. 남자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이런 사람이 없다’, ‘실제로 이런 사람 많다’는 얘기가 엇갈렸으니까요.” 그는 대학에 다니면서 여성학과 영화를 공부했다. 졸업 뒤, 고민의 결과물을 영화로 선보였다. 97년 남녀공용화장실 에피소드를 다룬 독립영화 <웰컴>(16㎜ 단편)부터 <고추말리기>(99년, 16㎜ 중편), <재희이야기>(2000년, 16㎜ 중편)까지 3편의 영화 모두 여성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상복도 있는 편이었다. <웰컴>은 제1회 서울여성영화제 단편 부문 우수상, <고추말리기>는 제2회 서울여성영화제 우수상과 관객상, <재희이야기>는 제3회 서울여성영화제 영상공동체 부문 여성신문사상, 제25회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새로운 시선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특히 <고추말리기>는 야마가타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 등에 초청돼 외국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메가폰을 놓은 지 5년만에 시작한 이번 작품은 유독 “욕심을 많이 냈다”. 지난 10개월 동안 17명 스태프들과 단역을 포함, 70여명 배우들이 땀을 쏟았으니 대개의 독립영화에 비해 규모가 큰 셈이다. 길이도 각편 15~20분짜리에서 20~30분으로 늘였다. 주위 도움도 많았다. 드라마 <해신>과 <달마야 놀자>로 유명한 배우 이원종씨는 사회에 기여하는 취지에서 두번째 에피소드인 ‘미선씨 이야기’에 기꺼이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장소 섭외에 어려움을 겪은 주유소신을 찍을 때는 그곳 사장이 영화 스태프 출신이라며 촬영에 배려를 아끼지 않았고, <고추말리기>에서 배우 못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 그의 어머니는 다시 배우로 참여해 딸을 든든히 떠받쳤다. “지금까지 특히 여성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제가 빨리 장편 극영화 데뷔를 했으면 하고 바라는 여성들도 많구요. 뭘 하든 적어도 여성주의에 폐는 끼치지 않겠다는 생각이에요.” 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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