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문을 연 여성주의 큐레이션 매체 ‘페미디아’ 콘텐츠는 자체 누리집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접할 수 있다.
대학원생·직장인들 의기투합해 창간한 온라인 <페미디아>
연구 소개·외신 번역…“여성주의에 대한 갈증 해소가 목표”
연구 소개·외신 번역…“여성주의에 대한 갈증 해소가 목표”
다양한 여성주의 콘텐츠를 한국 사회에 전하고자 만들어진 온라인 매체가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온라인 큐레이션 매체 <페미디아(Femidea)>는 여성주의적 사고(Feminist Idea)의 줄임말이다. 여성주의 관련 새로운 연구를 소개하고,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외신을 번역한다. (▶바로가기) 9일 창간된 뒤 사흘밖에 안됐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숫자가 12일 오후 2시까지 1700여명을 넘어섰다.
창간 계기는 4·13총선이었다. 국민을 대표하겠다는 국회의원 후보의 공약집을 뒤져봐도, 여성주의 목소리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발단이 됐다고 한다. 설립자 중 한 명인 대학원생 진달래(28·사회학)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거대 정당뿐 아니라 진보를 지향하는 소수 정당에서도 여성을 유효한 유권자로 보고 관련 정책이나 관점을 전면에서 내놓지 못하는 점이 안타까웠다.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 정도의 공약도 나오지 못하는 현실이 아쉬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진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고민을 털어놓자, 한 달 동안 30여명이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정치학, 사회학, 여성학을 연구하는 대학원생들은 각종 연구를 알리겠다고 나섰다. 스페인, 독일, 대만 등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은 현지에서 접한 콘텐츠를 번역하겠다고 자원했다. “밥벌이 때문에 회사에 다니지만, 대학 때 하던 여성주의 운동에 기여하고 싶다”는 직장인도 의기투합했다.
어떤 콘텐츠를 소개할 것인지 고민할 때, ‘여성 혐오(여혐)’ 등 묵은 고민들이 거름이 됐다고 한다. 진씨는 “지난해 여성혐오에 반대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가 화제가 되면서 성차별과 여혐에 대한 문제의식이 비로소 바깥으로 나왔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담론은 무엇이 여혐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수준에 그쳤다. 여성운동이나 성소수자 운동 등을 폭넓게 소개해 여성주의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주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제 막 창간됐지만 다양한 콘텐츠들이 소개되고 있다. 지난 9일 내놓은 첫 게시물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자녀에게 미치는 긍정적 역할을 조명한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케이틀린 맥긴 교수의 연구다. 직장 경험이 있는 어머니를 둔 자녀들이 사회와 가정에서 더 활발한 역할을 한다는 내용이다. 최근엔 “모든 사람을 위한 정의와 평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급진적 페미니즘과 사회주의의 목표는 같다”는 내용의 외신도 소개했다. ‘자본주의에 맞서는 페미니즘’이란 제목으로 미국 사회주의 성향의 언론 <자코뱅>에 게재된 기사다. 몇몇 여성 개인의 성공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뿌리깊은 성차별주의를 개선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진씨는 “성평등, 소수자운동 등에 대한 욕구는 우리 사회에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성역할에 대한 인식을 뒤집는 연구 등을 적극적으로 소개해 사회적 의제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디스팩트 시즌3 방송 듣기 바로가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