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리아 페이스북 페이지 삭제 조처에 반발
페북 상대 소송 위한 ‘페미니즘 티셔츠’ 판매
목표 금액의 10배 넘는 9500여만원 모여
메갈리아의 페이스북 소송비용 마련을 위해 판매하는 티셔츠. 메갈리아 제공
‘여성혐오(에 대한) 혐오’를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페이스북 페이지가 지난해 두차례 삭제된 것에 반발해, 운영진이 페이스북과의 소송에 나서면서 시작한 소송 후원금 모금액이 13일까지 9500만원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목표액의 10배 수준을 웃도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메갈리아 운영진은 “지난해 이맘때 국내외 페미니즘 이슈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던 ‘메갈리아2’와 뒤이어 만든 ‘메갈리아3’이 돌연 삭제됐다”며 “여러 남초 사이트에서 발견한 인증샷을 통해 ‘편파적 발언’이 삭제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치녀를 이렇게 때려 죽이고 싶다’는 영상 등이 담긴 ‘김치녀’ 페이지는 수많은 삭제 신고에도 절대 삭제되지 않았다”며, “페이스북의 이러한 편파적 조치에 분노해 민사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운영진은 소송 비용 마련을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http://tumblbug.com/mersgall4)에서 목표액을 925만원으로 잡고 모금을 시작했다. 단순히 후원금만 받는 대신 ‘Girls Do Not Need a Prince’(소녀들에겐 왕자가 필요치 않다)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2만원)를 구매하면 후원금을 보탤 수 있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후원 16일째인 13일 현재 9500여만원이 모여 목표치의 10배를 넘기게 됐다. 후원자는 2900명을 넘겼다.
메갈리아 쪽은 남는 후원 금액은 변호사 계약 연장과 성폭력·가정폭력 등 여성폭력 문제로 법적 절차를 밟을 의사가 있는 피해자와 메갈리아 활동 중 법적 분쟁에 휘말린 이용자들을 위해 쓰겠다고 밝혔다.
메갈리아 운영진은 “(이처럼 뜨거운 열기를)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이후 사회적으로 여성혐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고, 이와 함께 페이스북의 차별적 대우에 대해 분노의 목소리도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