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이화여대 정년퇴임하는 장필화 교수
장필화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과 교수
‘여성학 1세대·여성주의 5세대’
허난설헌·임윤지당 등 후예 ‘자임’ “여성들 자존 지키는 호신술로”
16일 퇴임식 고별강연 주제는
‘생명·사회·정의를 위한 여성학’ 오늘날 여성주의 시각은 무시할 수 없는 견해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여성학이 주류 학문으로 인정받는 건 아니다. 여성학과가 폐지되거나 통폐합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장 교수는 “수천년 동안 남성들이 주체가 돼 이뤄온 철학·신학·문화·예술이론·정치·경제체제 등 모든 영역에서 여성의 경험과 시각, 관점으로 검토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여성학이 성폭력, 일본군 ‘위안부’, 여성노동 문제 등을 사회에 제기한 것도 실천과 지식생산이 함께했기에 가능했다. “학문적 발전과 실천은 항상 서로를 보완하고 긴장시키는 관계예요. 그래서 우리가 항상 바쁠 수밖에 없었죠.” 16일 고별강연의 제목은 ‘생명·사회·정의를 위한 여성학’이다. “‘모든 것이 모든 것과 연결돼 있다’는 생태적 깨달음이라고나 할까요. 개인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생명과 자연을 사고하면 모든 걸 새롭게 깨닫게 됩니다. 인간중심적인 ‘휴머니즘’을 넘어서는 것이죠.” 다만 그는 “여성을 통제하려는 ‘모성 이데올로기’와 ‘모성 가치’ 그 자체는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욕물 버리려다 아이도 같이 버리는 일은 없어야겠죠.” 페미니즘은 성공한 엘리트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그는 밝혔다. “페미니즘은 소수자 편에 서는 게 일차적인 출발이었어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여성들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지, 개인의 입신과 이익을 정당화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보탬이 되는 ‘여성 지위’여야 합니다. 그래서 국회의원도, 국무위원도 절반은 여성이 돼야 한다는 것이지요.” ‘여성혐오’를 비판하고 자발적으로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한 젊은 여성들에게는 “여성주의가 판단능력이 되고 하나의 호신술이 되어 자신을 지키고 자존감을 유지하는 데 쓰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 사건으로 여성혐오가 ‘특정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여성은 열등하고 문제집단이며 오염돼 있고, 재수가 없다는 식으로 여자들을 정복하고 억압하는 체제를 만든 것이 여성혐오의 뿌리입니다. 가부장제를 유지한 수단이었거든요. 역사의 방향을 읽으며 개입하고, 발언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것이 페미니즘입니다.”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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