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메갈리안인가 아닌가.’ 하나의 질문이 2016년 여름 한국의 온라인을 떠돌고 있다. ‘정체’를 묻는 질문은 공포를 동반한다. 이 질문으로 귀결되는 ‘사태’는 티셔츠 한 장에서 시작됐다.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고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린 여성 성우의 선택(7월18일)은, ‘반메갈리안들’의 압박과 게임회사의 성우 교체(19일)로 사건이 되고, 사건을 둘러싼 비판과 그 비판에 대한 비판을 거듭하며 사태가 됐다. ‘친메갈리아당’ 혐의를 벗기 위한 정의당의 결정(성우 교체 사태에 대한 비판 논평 철회)은 메갈리아를 향한 진보정당의 태도를 확인시키며 안팎에 깊은 골을 팠다. ‘메갈리아를 지지 혹은 혐오한다는 것’의 의미를 두고 벌어지는 격론은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를 둘러싼 논쟁과도 대비된다. 일베의 폭력성과 민주사회에 끼치는 해악을 우려하는 전선은 비교적 좁다. 메갈리아의 등장과 분화를 바라보는 평가는 상대적으로 넓게 뿌려져 있다. 메갈리아의 급진성과 퇴행성에 대한 견해와, ‘혐오를 혐오로 대응’하는 언어전략에 대한 판단과, 메갈리아가 페미니즘인가에 대한 동의 여부 등을 두고 전선은 확장된다. ‘상대의 패배와 나의 승리’를 위한 싸움이라면 전선은 단일할수록 좋다. 메갈리아의 분화가 일베보다 활발한 것은 활동의 목적이 승리가 아닌 존재확인(다른 성으로부터 차별받을 이유가 없는 존재)에 가깝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메갈리아 논쟁’이 격렬해지면서 존재확인에 맞선 ‘정체확인’이 따라붙고 있다. ‘그래서 너의 정체는 무엇이냐’는 질문은 차별을 깨기보다 차별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는 낙인을 찍는다.
글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일러스트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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